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폐영식 및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로 인한 잔디 그라운드 훼손 우려를 낳고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그라운드 복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콘서트 기획 단계부터 경기장 원상회복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으며 최선을 다해서 복구를 지원할 것"이라면서 "무대 등 콘서트 관련 시설 철거가 완료되자마자 서울시설공단에서는 그라운드 상황을 면밀히 살펴 전용 잔디 보식 등 긴급 복구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체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서울FC와 서울시설공단 측과 협력해 빠른 시일 내 경기장을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체부는 지난 11일 오후 2023 새만금 잼버리 폐영식을 겸한 K-팝 공연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했다. 당초 공연 장소는 새만금 일대였다.
하지만 정부의 안일한 폭염 대비와 시설 미비로 갑작스럽게 지난 6일 전북 현대의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일방적 통보를 받은 전북은 9일 홈에서 열릴 예정이던 인천 유나이티드와 FA컵 4강전 일정을 미뤄야 했다. 구단은 물론 팬들까지 시간적 금전적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약속은 했지만 문체부의 의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는 구단의 이름 자체를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아니었다면 실수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문화와 체육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의 최상위 리그 구단 이름도 정확하게 모른다면 역시나 문제가 크다.
이미 문체부는 한국 축구를 무시했다. 상처도 안겼다. 잼버리 콘서트와 관련해 수차례 K리그는 항상 뒷전이었다.
문체부는 지난 6일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개최 예정이던 잼버리 케이팝 콘서트를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그 여파로 전북 현대-인천 유나이티드와 FA컵은 취소됐다. 이미 전북과 인천 그리고 축구팬들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문체부는 태풍 카눈을 우려해 전주가 아닌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또 옮긴다고 발표했다.
잼버리 콘서트 폭탄은 FC서울에 안겼다. 결국 강행됐다. FC서울 구단과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잔디는 이미 망가졌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그동안 국가대표 A매치 등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잔디 상태에 대한 비판 여론에 지난 2021년 10월 천연잔디 95%와 인조 잔디 5%를 섞은 하이브리드 잔디를 새롭게 깔았다.
잔디 파임 현상을 줄이고 배수 시스템도 탁월한 그라운드로 탈바꿈하기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해 커다란 수입원이 될 대형 콘서트 개최도 받지 않았다. 일부 행사 개최를 허용할 경우에도 가변석이 있는 E석에 무대를 설치하게 해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며 행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잼버리가 파행을 거듭하며 정부를 비롯해 부담이 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늦었더라도 철저한 계획을 했더라면 문제는 커지지 않을 수 있다. 문체부의 '서울FC' 오기는 단순히 실수로 보이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 10bird@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