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을 극복하고 돌아온 웰터급 랭킹 10위 비센테 루케(31∙미국/브라질)이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8∙브라질)를 레슬링으로 공략했다.
루케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루케 vs 도스 안요스’ 메인 이벤트 웰터급(77.1kg) 경기에서 8번의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도스 안요스에 만장일치 판정승(49-46, 48-47 48-47)을 거뒀다.
힘든 여정이었다. 루케는 지난해 8월 ‘돌주먹’ 제프 닐(32∙미국)에게 2번의 녹다운을 포함 121대의 유효타를 허용하며 레퍼리 스톱 TKO패했다. 이후 뇌출혈을 진단받아 장기간 치료받았다.
스타일 변화가 필요했다. 발 붙이고 타격 교환을 즐기던 누구보다 터프한 파이터였지만 이대로는 계속 타격을 허용할 순 없었다. 그래서 레슬링을 새 무기로 장착했다. 이전 UFC 19전 동안 6번의 테이크다운밖에 없었던 진성 타격가 루케는 오늘 한 경기에서만 8번의 테이크다운을 성공하며 변신에 성공했다. 라이트급 출신 파이터인 도스 안요스는 루케의 힘에 밀려 경기 내내 불리한 포지션에서 고전하다 경기를 내줬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루케는 “1라운드엔 맞는 게 두려웠다. 1년 동안 싸우지 못했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몇 번 맞고 나서야 '괜찮네. 더 맞고 싶진 않지만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별명이 ‘사일런트 어새신’일 정도로 표정 변화가 없는 ‘포커 페이스’를 자랑하는 루케지만 오늘만큼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는 “나는 평소 냉정하지만 지금만큼은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이 자리에 선 것 자체가 기적이다. 그전까지 아무것도 두려움이 없던 사람이었지만 다시는 싸우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제 나는 새로운 무기들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UFC에서 20전을 치렀지만 여기서 더 발전할 수 있다.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타이틀 도전을 향해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코메인 이벤트에선 2016년 최두호(32)와의 명승부로 UFC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컵 스완슨(39∙미국)이 페더급(65.8kg) 복귀전에서 하킴 다우두(32∙캐나다)에 만장일치 판정승(29-28, 29-28, 29-28)을 거뒀다.
스완슨 본인조차 놀란 뜻밖의 승리였다. 두 번의 로우 블로를 극복하고 분전했지만 모든 라운드에서 다우두가 유효타 숫자에서 앞섰다. 이미 다우두의 승리를 예상하고 박수 치며 축하하던 스완슨은 자신이 승자로 선언되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스완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신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나는 경기에서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고 생각했고, 그게 내 계획이었다. 내가 더 많이 맞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내인 전 UFC 옥타곤걸 켄다 페레스(40∙미국)와 세 명의 아이들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승리한 스완슨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감정이 벅차오른다. 이번 경기에 들어오면서 걱정이 많았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명예의 전당이라는) 이름값이 있는 선수고 사람들은 그 이름에 걸맞은 위대함을 기대한다”고 흐느꼈다.
커리어 막바지에 들어선 불혹의 스완슨은 부담 없이 남은 커리어를 즐기려 한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가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최두호와의 리매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언급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U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