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젠티전’ ‘티젠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역전에 재역전이 나온 숨막히는 명승부 그 자체였다. 젠지가 초접전 끝에 T1을 꺾고 여름의 제왕을 가리는 결승전의 한 자리를 먼저 꿰찼다.
젠지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벌어진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플레이오프 3라운드 승자조 T1와 경기서 1세트 승리 이후, 2, 3세트를 얀달아 내주면서 1-2로 몰린 벼랑 끝 상황에서 짜릿한 3-2 한 점차 역전승을 거두면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젠지는 4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LCK팀들 가운데 가장 먼저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진출을 확정하는 팀이 됐다. 지난 2020년부터 4년 연속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5연속 결승 진출을 노리던 T1은 오는 19일 KT와 한화생명의 플레이오프 3라운드 패자조 승자와 대결을 통해 재도전하게 됐다.
출발은 젠지가 좋았다. 잭스-세주아니-탈리야-아펠리오스-룰루로 조합을 꾸린 젠지는 초반 T1의 견제를 ‘피넛’ 한왕호의 노련한 운영으로 오브젝트 스노우볼을 차분하게 굴리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드래곤 3스택까지 중첩에 성공한 젠지의 움직임에 다급해진 T1이 기습적인 바론 버스트에 나섰지만, 젠지가 이를 완벽하게 틀어막고 여세를 몰아 드래곤의 영혼까지 완성, 28분대에 상대 넥서스를 깨고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서전을 내준 T1이 2세트부터 강력한 반격에 나섰다. ‘페이커’ 이상혁과 ‘케리아’ 류민석이 2, 3세트를 책임지면서 젠지를 흔들고, 2-1 역전에 성공했다.
2, 3세트를 연달아 패하고 벼랑 끝으로 몰렸던 젠지는 밴픽 단계부터 ‘구마유시’의 자야를 밴으로 정리하고, 알리스타를 가져오면서 제리-알리스타로 봇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갱플랭크와 요네로 원거리와 근거리 캐리가 모두 가능한 고밸류 조합으로 최후의 반격에 나섰다.
‘쵸비’ 정지훈의 요네가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무럭무럭 성장하는 가운데, ‘딜라이트’ 유환준의 알리스타가 기막히게 킬 메이킹을 하면서 젠지가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흐름을 자신들 쪽으로 돌린 젠지는 4세트 뽑아들었던 요네와 알리스타, 마오카이를 다시 한 번 픽으로 선택해 고밸류 조합으로 마지막 5세트의 승부수를 띄웠다.
‘오너’의 활발한 움직임에 ‘피넛’ 한왕호가 크게 흔들리면서 불안하게 5세트를 시작했지만, ‘도란’과 ‘쵸비’가 슈퍼플레이로 T1의 운영에 제동을 걸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기회를 자신들쪽으로 돌린 젠지는 드래곤과 전령을 챙기면서 주도권을 장악했고, 화염 드래곤 앞 한타에서 대승을 통해 결승행의 7부 능선을 넘었다.
궁지에 몰린 T1이 젠지를 바론 둥지로 유인해 반격에 나섰지만, 뼈아픈 에이스를 허용하면서 그대로 무너졌다. 젠지는 여세를 몰아 T!의 본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경기를 매조지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