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30, 토트넘 홋스퍼)이 두 달 넘게 이어진 이적 사가 끝에 바이에른 뮌헨으로 향한다. 하지만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충분히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케인은 뮌헨 유니폼을 입는다. '디 애슬레틱'은 11일(한국시간) "케인이 뮌헨행에 동의했다. 그는 뮌헨에 입단하기로 합의했고, 4년 계약을 맺기로 했다"라고 보도했다.
길고 길었던 케인 이적설에 마침표가 찍히기 직전이다. 뮌헨은 올여름 케인 영입에 온 힘을 쏟았다. 지난해 데려온 사디오 마네도 실패로 끝난 만큼,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빈자리를 메울 적임자는 그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케인과 토트넘 간 계약 기간도 1년밖에 남지 않았기에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케인 역시 토트넘과 재계약을 거부한 채 오직 뮌헨 이적만을 외쳤다. 그는 파리 생제르맹의 제안도 단호히 거절한 채 뮌헨행만 고려했다. 케인은 토마스 투헬 감독이 이끄는 뮌헨에서라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레비 토트넘 회장을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뮌헨은 지난 6월부터 총 3차례나 제안을 보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레비 회장은 흔들리지 않고 1억 파운드(약 1684억 원)가량을 요구했다.
뮌헨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뮌헨은 이번 주 월요일에도 거절당했지만, 액수를 1억 유로(약 1449억 원) 이상으로 높여 4번째 제안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레비 회장의 허락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레비 회장이 승리한 줄다리기다. 독일 '스포르트1'은 "바이에른은 케인 이적을 둘러싼 미친 포커 게임에서 레비 회장이 내세운 게임 규칙을 따랐다. 뮌헨은 투헬 감독이 꿈꾸던 공격수를 데려오기 위해 보너스 포함 최대 1억 2000만 유로(약 1748억 원)를 지불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레비 회장은 이적시장 초반부터 선언했던 1억 파운드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게다가 기본 이적료로 1억 유로(약 1456억 원)를 확보하면서 바라던 대로 현금을 대거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뮌헨은 그의 앞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수 밖에 없었다.
스포르트1은 "무자비한 레비! 그는 회담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바이에른이 제시한 이적료는 그의 요구에 근접했기 때문에 지난 주말 합의가 매우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레비가 보기에는 보너스 조항이 너무 많았다. 결국 바이에른은 기본 금액을 늘리고 보너스를 줄여 다시 제안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뮌헨은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새로 썼다. 뮌헨의 기존 클럽 레코드는 지난 2019년 뤼카 에르난데스를 영입하며 기록했던 8000만 유로(약 1159억 원)였다. 하지만 케인을 데려오면서 무려 1.5배를 지불하게 됐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1993년생 선수에게 투자하는 이적료로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마지막으로 케인의 동의만 남은 상황. 그 역시 고심 끝에 뮌헨 이적을 결심했다. 그는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가 아내도 임신 중이기에 망설이긴 했지만, 뮌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케인은 435경기 280골로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자 타이틀을 남기고, 10년 넘게 함께했던 토트넘에 작별을 고하게 됐다.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 극적으로 성사됐다. 케인은 오는 13일 브렌트포드와 2023-2024시즌 개막전이 열리기 전까지 떠나지 못하면 토트넘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급해진 뮌헨은 3일 만에 다시 한번 공식 오퍼를 보냈고, 시간 내에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케인은 독일로 날아가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는 대로 뮌헨 선수가 된다. 독일 '빌트' 소속 크리스티안 폴크에 따르면 케인은 이미 토트넘으로부터 독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뮌헨과 케인, 토트넘 모두 이번 주말 내로 이적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협의하는 중이다.
프리미어리그를 휩쓸었던 '손케듀오'도 여기서 막을 내린다. 케인과 손흥민은 지난 2015-2016시즌부터 토트넘 공격진을 이끌며 8시즌 동안 함께해 왔다. 케인의 패스에 이은 손흥민의 침투 후 득점은 토트넘이 자랑하던 공식이었다. 하지만 케인이 먼저 떠나면서 두 선수가 자랑하던 찰떡 호흡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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