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불침번은 '괴물 수비수' 김민재(27, 바이에른 뮌헨)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독일 정복에 나선 김민재가 군인으로 생활했던 3주간의 짧은 기억을 되돌아봤다.
김민재는 9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스포르트 빌트'와 인터뷰에서 뮌헨 생활과 지난달 3주간 받았던 기초군사훈련,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던 선수, 괴물이란 별명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김민재는 지난달 19일 공식적으로 뮌헨 선수가 됐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이적료는 5000만 유로(약 722억 원), 연봉은 1200만 유로(약 173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민재는 뮌헨에서도 등번호 3번을 달고 뛴다.
사실 김민재에겐 선택지가 많았다. 그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인기 많은 중앙 수비수였기 때문. 김민재는 33년 만에 나폴리를 세리에 A 우승으로 이끌었고, 세리에 A 최우수 수비수까지 거머쥐며 많은 빅클럽의 관심을 받았다.
게다가 5000만 유로라는 바이아웃 조항까지 있었다. 싼 금액은 아니지만, 김민재의 실력을 고려하면 절대 비싼 액수는 아니다. 그 덕분에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나폴리에 합류한 지 1년 만에 이적을 추진할 수 있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첼시, 토트넘 홋스퍼,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 등 여러 구단이 김민재를 놀렸다. 그의 선택은 '독일 챔피언' 뮌헨이었다. 김민재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바로 토마스 투헬 감독이었다.
김민재는 "투헬 감독과 첫 화상 통화가 결정적이었다. 매우 감동했다. 그는 나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말했고, 나와 내 경기를 모두 알고 있었다"라며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미 나와 함께 매우 상세하고 명확한 계획을 그리고 있었다. 내게 큰 자신감과 안정감, 깊은 인상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민재는 "투헬 감독의 의견은 내 플레이와 강점에 대한 내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곧바로 뮌헨행을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훈련소에서 보냈던 3주간도 회상했다.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민재는 6월 15일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했고, 7월 6일에 퇴소했다. 뮌헨은 여기에 맞춰 의료진을 파견해 그가 한국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앞서 김민재는 "한국에서는 군입대가 당연한 일이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우린 그곳에서 총도 쐈다"라며 "25kg짜리 배낭을 메고 30km를 행군했다. 그래서 살이 빠졌다"라고 고백했다. 얀크리스티안 드레센 뮌헨 CEO에 따르면 김민재는 3주 만에 무려 4kg가 빠졌다.
김민재를 힘들게 한 건 행군만이 아니었다. 새벽에 일어나 서는 불침번과 여럿이서 24시간 붙어있는 단체 생활도 큰 난관이었다.
김민재는 "프로 축구선수로서 호텔 1인실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군대에선 남자 14명이 작은 방을 함께 써서 달랐다"라며 "저녁에 일찍 자는 건 상관없었지만, 정말 힘든 건 불침번이었다. 취침 시간인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모두가 1시간 동안 번갈아 가며 지켜야 했다.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불침번 설 때가 특히 피곤했다"라고 말했다.
18개월을 복무하는 군인들에게 존경의 박수도 보냈다. 김민재는 "나는 3주만 복무하면 됐지만, 보통 한국 남자들은 18개월을 보낸다. 군인들에게 일상이 어떤 의미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힘든 삶이다. 존경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기초군사훈련의 여파로 아직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그는 일본 투어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전 선발 출전하며 비공식 데뷔전을 치렀고, 리버풀을 상대로도 45분을 소화했다. 김민재는 정확한 롱패스로 멋진 어시스트를 올렸지만, 패스 실수를 저지르는 등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민재는 그 누구보다 아쉬웠던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직 나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다. 특히 체력 수준이 말이다. 나는 여전히 더 발전해야 하고, 팀원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외부 피드백이 좋다면 좋은 일이다. 나는 오히려 자기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3주간 군 복무의 영향도 언급했다. 김민재는 "운동선수의 신체 조건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 후 나는 동료들보다 뒤쳐졌다. 하지만 이제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 리그가 개막할 때까지 내 예전 모습을 찾고 싶다"라며 "근육량이 좀 줄어서 파스타와 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 비스킷 같은 과자는 금지"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민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과 초반 연승을 목표로 선언했다. 그는 "뮌헨 선수로서 우리는 UCL에 집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클럽은 우승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라며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아가야 한다. 나는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주전 선수로서 처음 몇 경기를 이기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