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일본은 아시아 여자 축구의 쌍웅이다. AFC(아시아축구연맹) 37개 여자 축구 회원국 가운데 FIFA(국제축구연맹) 세계 랭킹(2023년 6월 9일 기준)이 가장 높은 두 나라다. 호주는 10위(1919.69점)에, 일본은 근소한 차이(3.01점)로 11위(1916.68점)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두 나라는 2023 호주-뉴질랜드 FIFA 여자 월드컵에서도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녹아웃 스테이지의 두 번째 무대인 8강에 나란히 올라 있다.
유럽의 강세로 펼쳐지고 있는 이번 월드컵에서, 두 나라는 아시아 축구의 보루로서 상승 기세를 멈출 생각이 없다. 특히, 일본은 8강 가운데 유일하게 4연승의 신바람을 달리며 유력한 우승 후보로까지 손꼽힌다. 조별 라운드에서 3연승을 올렸던 잉글랜드와 스웨덴은 16강 관문을 승부차기 승으로 통과해 빛이 다소 바랜다. 16강전에서, 잉글랜드와 스웨덴은 각기 나이지리아(4-2)와 미국(5-4)을 승부차기로 꺾었다.
잠재 역량을 마음껏 분출한 호주와 일본은 충분히 우승을 넘볼 만한 전력을 쌓았다고 높게 평가받는다. 우승 확률은 그 하나의 단면이다. 스포츠 통계 전문 매체인 옵타 애널리스트가 8강이 확정된 뒤 공개한 우승 확률 순위에서, 호주와 일본은 제각각 2위(15.46%)와 4위(13.28%)에 자리했다. FIFA 세계 랭킹으로 봤을 때, 8강 진출국 가운데 6위와 7위인 점에 비하면, 그만큼 높게 평가받으며 정상에 바짝 다가섰음이 엿보인다.
호주·일본, 상승세 바탕으로 아시아 축구 자존심 곧추세우겠다는 야망 부풀려
호주-뉴질랜드 월드컵 8강을 보면, ‘역시 유럽은 축구 본산’임이 다시금 느껴진다. UEFA(유럽축구연맹) 회원국이 다섯이나 된다. 그 뒤에 AFC(2)와 CONMEBOL(남미축구연맹·1)이 포진했다. 외형상으론, 호주·일본을 내세운 AFC와 콜롬비아가 버티는 CONMEBOL을 함께 엮어도 3-5로 열세다. FIFA 세계 랭킹에서도 뒤진다. 5개국 가운데 FIFA 랭킹이 가장 뒤지는 네덜란드(9위·1980.47)조차도 세 나라(호주·일본·콜롬비아)에 앞선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 순위는 2개월 전에 매겨졌다. 페넌트 레이스가 아닌 그룹-녹아웃 스테이지 형식의 단기 승부로 패권을 다투는 월드컵에서, FIFA 세계 랭킹은 ‘참고용’에 불과하다. 사상 초유의 3연패를 노렸던 FIFA 세계 랭킹 1위인 미국(2090.03점)이 16강전에서, 세 번째 정상 정복을 꿈꾼 2위인 독일(2061.56점)이 조별 라운드에서 각기 좌절의 쓰라림을 안은 데서도 엿볼 수 있는 ‘순위의 허상’이다.
이에 비해 우승 확률은 보다 현실적이다. 객관적 전력이나 메이저 대회 성적 등을 물론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경기력과 흐름 및 상대 전적 등을 바탕으로 산출한 통계기 때문이다.
이 맥락에서, FIFA 세계 랭킹 4위 잉글랜드(2040.76점)가 유일하게 20%대(27.3)를 기록하며 우승 1순위로 손꼽혔음은 타당하게 받아들여진다(표 참조). 최근 수년간 꾸준한 세대교체에 성공한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2022 UEFA 여자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인 사리나 비흐만 감독은 여자 축구 최고 사령탑으로 손꼽힌다. 또, 각 포지션에 최상급 선수들이 포진하며 구축한 전력은 무척 탄탄하다는 정평이다.
따라서 우승 확률을 토대로 전망했을 때, 이번 월드컵에서 상승세를 과시하는 호주와 일본이 여자 축구만큼은 아시아가 세계 정상권에 자리하고 있음을 충분히 보여 줄 수 있을 듯싶다. 대진표상으로 보면, 호주와 일본은 결승전에서나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한 나라는 결승 무대에 올라 아시아 축구의 저력을 뽐낼 수 있으리라 보인다.
일본은 호주에 비해 좀 더 유리한 여정이다. 8강전에서 맞붙을 스웨덴이 되레 관건이다. 이 고비를 넘기면 네덜란드를 꺾고 올라올 듯한 스페인은 오히려 쉬운 한판이 아닐까 여겨진다. 우승 확률은 3위인 스페인(14.97%)에 비록 다소 뒤지나, 조별(C) 라운드에서 만나 4-0으로 대승한 기분 좋은 경험을 지닌 일본이다.
더구나 이번 월드컵에서, 일본은 으뜸의 공격력과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4경기를 치르며 14골을 터뜨리는(경기당 평균 3.5득점) 막강 공격력과 단 1골만을 내주는(경기당 평균 0.25실점) 자린고비 수비력은 발군의 공수 균형이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호주는 일본에 비하면 가시밭길이다. 8강 프랑스전도 녹록지 않은 데다, 이 관문을 돌파하면 콜롬비아를 손쉽게 물리칠 것 같은 잉글랜드와 만난다. 이 경우, 우승 확률 1-2순위 맞대결로, 이번 월드컵의 사실상 결승전이 될 듯한 한판이다.
호주와 일본이 패권을 다툴 결승 무대에서 만나 아시아 축구의 위세를 전 세계에 떨칠 그 날은 과연 올 수 있을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