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은 한국 축구의 보물이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스잼버리의 폐영식을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폐영식과 함께 K-팝 콘서트가 개최된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K-팝 콘서트는 태풍 때문에 장소를 옮겼다. 이미 홈 구장을 빼앗겨 어려움을 겪었던 전북 현대에 이어 FC 서울도 피해를 입게 됐다.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콘서트 장소가 변경된 이유는 태풍 카눈의 한반도 통과 예보에 따른 결정이다.
특히 문체부는 ▲ 새만금을 떠나 주로 수도권에 머물고 있어 공연장으로의 이동시간과 편의성 ▲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보유한 각종 행사 경험과 안전 관리의 축적된 노하우 ▲ 보다 쾌적한 관람 환경 ▲ 수용인원(약 6만6000명) 규모 등 여러 요소를 정밀하게 검토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최근 경기장 관리에 호평을 받았다.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쿠팡플레이 친선 경기가 열렸던 장소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갑작스런 폭우에도 불구하고 빠른 배수와 안정적인 회복으로 인해 정상에 가깝게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해외 축구팬들에게 한국 축구와 축구장 관리 상황에 대해 널리 알릴 수 있었다.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맞대결을 펼쳤던 맨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구단 관계자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2021년 잔디 식재층 모래를 전면 교체, 배수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잔디 역시 천연잔디와 인조잔디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잔디로 갈아엎은 바 있다.
덕분에 호우 경보가 내릴 만큼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금방 물이 빠졌고 선수들은 쾌적한 잔디 환경 속에서 수준 높은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맨시티 역시 경기 결과와 더불어 폭우 속에서도 정상적인 경기를 치렀다는 점에 주목했다.
맨시티는 홈페이지를 통해 "경기가 열렸던 서울은 덥고 습한 날씨 속에 '홍수'라고 부를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약 40분 만에 모든 건 정상으로 돌아왔다. 놀라운 배수 시스템 덕분에 그라운드 위 모든 상황은 질서정연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해 미국 램보 필드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친선 경기에서도 폭우가 내렸던 적이 있는데 당시는 경기를 치르기 어려운 환경이라 추가 중단이 잇따랐다"고 이전 사례를 소개한 뒤 "서울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고 6만명의 축구 팬들은 이상 없이 재미있는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며 다시 한번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배수 상태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K-팝 콘서트로 인해 세계적인 자랑이 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하이브리드 잔디가 망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엉망이었던 잼버리이지만 마지막에 불명예를 그나마 씻어낼 수 있는 기회가 K-팝 콘서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세계적인 자랑이 된 경기장이 무너질 위기에 놓인 것이 문제다.
문체부가 밝힌 것처럼 K-팝 콘서트를 개최할 요소가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수도권에는 현재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스타디움이 많다. 특히 인천에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사용하고 있는 축구전용경기장을 제외하고 특별하게 행사가 열리지 않는 문학과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존재한다.
시작부터 꼬여버린 행사로 인해 여러가지 부담이 생겼을 수 있다. 그렇다면 축구계에서도 먼저 나섰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축구계에서는 목소리를 내는 이가 없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며 세계적인 스타디움으로 거듭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잼버리의 또다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