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뒤숭숭한 분위기를 딛고 폭우 속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전북 현대는 6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5라운드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전북은 승점 40점을 만들며 FC서울(승점 38)과 광주FC(승점 37)를 제치고 3위로 점프했다. 인천은 4연승 도전에 실패하며 승점 33점으로 8위 자리를 지켰다.
전북은 4-4-2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하파 실바-박재용, 문선민-보아텡-류재문-한교원, 정우재-홍정호-페트라섹-최철순, 김정훈이 선발 출격했다.
인천은 3-4-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김민석-무고사-음포쿠, 민경현-김도혁-이명주-김준엽, 델브리지-김동민-오반석, 이태희가 먼저 경기장에 나섰다.
킥오프 직전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중전이 펼쳐졌다. 경기장 곳곳에 물이 고여 제대로 된 패스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행히 전반 중반부터는 빗줄기도 약해진 데다가 전주월드컵경기장의 뛰어난 배수 덕분에 물웅덩이가 대부분 사라졌다.
박재용이 전북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쏘아올렸다. 전반 15분 한교원이 박스 안에서 찬 공이 물웅덩이에 맞고 느려지면서 절묘하게 박재용에게 연결됐다. 박재용은 이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북이 부상으로 예기치 않은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전반 31분 류재문이 공 없는 상황에서 발목을 접질렀고, 결국 박진섭과 교체됐다. 인천은 전반 35분 무고사의 날카로운 시저스킥으로 전북 골문을 위협해봤으나 공은 골문을 벗어났다.
전북이 한 골 더 달아났다. 전반 45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정우재가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붙였고, 한교원이 이를 머리로 절묘하게 돌려놓으며 골망을 갈랐다. N석을 가득 메운 전북 팬들은 오오렐레를 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인천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성환 감독은 음포쿠와 김민석을 대신해 제르소, 김보섭을 투입하며 측면 공격에 변화를 줬다. 전북은 후반 17분 한교원과 문선민을 불러들이고 백승호, 송민규를 투입하며 맞섰다.
골이 급한 인천은 후반 32분 김도혁을 빼고 천성훈 카드까지 사용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무고사는 407일 만에 돌아온 K리그 무대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게 됐다.
인천이 실수로 자멸할 뻔했다. 후반 34분 골키퍼 이태희가 미끄러지면서 킥 실수가 나왔다. 이를 가로챈 박진섭이 그대로 골문을 겨냥했지만, 이태희가 가까스로 손을 뻗어 공을 막아냈다.
인천은 이후로도 무고사-천성훈 투톱을 필두로 득점을 노렸지만, 끝내 전북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이태희의 멋진 선방이 아니었다면, 송민규와 박진섭에게 쐐기골을 내줄 뻔했다. 결국 승부는 전북의 홈 9연승이자 인천 상대 홈 12경기 무패 행진(8승 4무)으로 막을 내렸다. 전북 팬들은 "역시나 인천"을 외치며 승리를 즐겼다.
이로써 전북은 안방을 빼앗기는 아픔을 이겨내고 홈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전북은 다가오는 인천과 FA컵 준결승 1차전, 수원 삼성과 K리그1 26라운드 홈 2연전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지 못하게 됐다.
전북은 경기를 앞두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공연행사 및 폐영식이 오는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게 됐다. 따라서 다음 주 진행 예정이었던 홈 2경기에 대한 일정이 변경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전북 구단도 이날 오후 2시에 해당 사실을 전달받아 일정 연기 및 경기장 변경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모로 머리가 아픈 전북이지만, 일단 홈에서 인천을 제압하고 3위로 도약하며 잠시나마 우려를 잊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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