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6분이면 충분했다. 양현준(21, 셀틱)이 유럽 무대 데뷔전서부터 호평 세례를 받았다.
셀틱은 5일(이하 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파크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개막전에서 로스 카운티를 4-2로 제압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했던 셀틱답게 압도적인 힘을 자랑했다. 셀틱은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고, 후반 들어 두 골을 내주긴 했으나 여유롭게 승리를 챙겼다.
양현준도 후반 34분 교체 출전해 피치를 밟았다. '코리안 트리오' 중 브렌던 로저스 감독의 선택을 받은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오현규와 권혁규는 벤치에서 대기했지만, 출전하지는 못했다.
이번 경기는 양현준의 셀틱 공식 데뷔전이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셀틱에 입단한 뒤 울버햄튼 원더러스와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교체 투입된 적은 있지만, 셀틱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추가 시간까지 포함해 15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었으나 양현준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날랜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볼 터치 15회와 패스 성공률 92%(11/12), 공격 지역 패스 1회, 볼 리커버리 1회 등을 기록했다.
투입되자마자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현준은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이며 수비수 3명 사이로 파고들며 페널티 박스 안까지 들어갔다. 비록 마지막에 수비에게 걸리긴 했지만, 양현준다운 과감한 드리블이 돋보였다.
좋은 수비에 이은 정확한 패스로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양현준은 후반 41분 수비 지역까지 깊숙이 내려가 공 탈취를 도운 뒤 중앙으로 공을 건네며 역습을 도왔다.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추가골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골과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양현준은 아쉽게도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다. 하지만 셀틱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기에는 충분한 11분이었다. 낯선 무대인 만큼 아직 100% 적응된 모습은 아니었으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현지에서도 칭찬이 이어졌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양현준은 로스 카운티 골키퍼의 훌륭한 선방으로 끝난 역습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했다"라며 "그는 경쟁력 있는 데뷔전을 치렀다"라고 평가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라이브'도 "양현준은 투입된 뒤 활기차 보였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지켜봐야 하는 한 명"이라고 강조했다.
셀틱 선배들도 호평을 내렸다. 스틸리얀 페트로프는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셀틱은 후반전 훨씬 더 나았다. 양현준은 투입됐을 때 인상적이었다. 그는 달라 보였고, 수비를 상대하려 노력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윙어로 활약했던 팻 네빈 역시 "양현준은 매우 좋아 보인다. 셀틱은 조타를 잃었지만, 적은 이적료로 그만큼 좋은 선수를 얻게 된 건 아닌가 싶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타는 지난 시즌 리그 33경기에서 11골 1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지만, 올여름 2500만 파운드(약 417억 원)을 남기고 사우디아라비아 알 이티하드로 떠났다. 그러자 셀틱은 200만 파운드(약 33억 원)가량을 투자해 양현준을 새로 품었다.
만약 양현준이 조타급 활약을 펼친다면 셀틱으로서는 그야말로 대박인 셈. 영국 '더 부트 룸'도 "양현준은 이미 좋아 보인다. 그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지켜보자. 모든 것이 잘 풀린다면 셀틱은 10년간 최고의 염가 영입을 맺었을 수도 있다"라며 기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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