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더비의 주인공은 수원FC였다.
수원FC는 5일 5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하나원큐 K리그1 2023 25라운드’에서 라스의 선제골과 이승우의 추가골에 힘입어 수원삼성을 2-0으로 이겼다.
수원FC는 올 시즌 세 차례 수원 더비서 모두 이겼다. 수원 더비 통산 전적에서도 수원FC가 9승1무5패로 우위를 지켰다. 10위 수원FC(승점 23점)는 11위 수원삼성(승점 18점)과 승점 차이를 5점으로 벌리며 자존심 대결에서 웃었다. 수원삼성은 6경기 만에 패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경기 전 분위기는 홈팀 수원삼성이 가져갔다. 1995년 창단한 수원삼성은 수원과 한국을 대표하는 구단으로 자리를 굳혔다. ‘축구수도’라는 현수막이 수원삼성의 자부심을 대변했다. 빅버드에 모인 1만 7481명의 팬들은 대부분 수원삼성을 응원했다. 조직적인 응원전에서도 수원삼성이 한 수 위였다. 경기장 시설이나 서포터의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수원삼성이 뛰어났다.
분위기도 수원삼성 편이었다. 경기 전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가 등장해 수원송을 열창하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경기장에 걸린 수많은 우승배너도 수원삼성 과거 영광의 시절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의 경기력은 수원FC가 더 우월했다. 전반에만 라스와 이승우의 두 골이 터져 일찌감치 대세가 갈렸다. 김병수 감독은 라스의 제공권 수비에 대해 “따로 지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 라스에게 헤더로 선제골을 먹었다.
하프타임에 이미 수원삼성은 두 골을 지고 있었다. 노브레인의 하프타임 공연과 수원삼성 서포터들의 엄청난 함성도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경기 후 수원FC 서포터들은 “우리가 진짜 수원!”이라고 외쳤다. 2003년 수원시청으로 창단돼 K리그2를 거쳐 2020년 K리그1으로 올라온 수원FC가 자신들이 수원의 새로운 주인임을 선언한 순간이었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수원 더비에 강한 이유를 묻자 “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라스가 핵심이다. 삼성이 라스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원삼성에는 라스만큼 뛰어난 공격수도, 그를 막을 수 있는 수비수도 없었다.
올해 처음 수원삼성 지휘봉을 잡은 김병수 감독은 잇따른 수원 더비 패배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수원 더비 패배도 다른 경기 패배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수원대표구단의 자리를 빼앗긴 수원삼성 팬들이 느끼는 충격과 상실감은 김병수 감독보다 훨씬 더 커보인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