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연(23, 광주FC)이 구단을 향해 열악한 시설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해 관심을 모았다.
정호연은 4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5라운드 대전 하나시티즌과 홈경기에서 3-0 완승을 이끄는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정호연은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13분 추가골을 넣었다. 정호연은 엄지성이 왼쪽 박스 안을 돌파한 뒤 골문 앞에 서 있던 자신에게 패스하자 지체 없이 왼발로 골을 마무리했다. 시즌 2호골.
광주 유소년 팀에서 성장한 정호연은 단국대 졸업 후 2022년부터 광주 구단에서 뛰고 있다. 지난 시즌 36경기에서 1골(4도움)을 올렸던 정호연은 이번 시즌 벌써 2골을 넣으면서 뚜렷하게 성장하고 있다.
정호연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항상 성적이 좋지 않을 때나 좋을 때나 변함 없이 운동장 찾아와 주셔서 저희에게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정호연은 '구단에 한마디 해도 되냐'고 허락을 구한 뒤 "운동장이 많이 열악하다. 훈련할 때도 물 없이, 그냥 그라운드가 말라 있는 상태에서 하다보니 부상 위험이 있다"면서 "도와주신다면 광주라는 팀이 더 발전하고 더 높은 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구단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광주는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우승하면서 이번 시즌 K리그1에 승격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2021년 K리그1에서 강등된 지 한 시즌 만에 다시 복귀한 것이다.
광주 구단은 광주시의 넉넉하지 않은 보조금 때문에 제대로 된 훈련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후원 기업 유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살림을 빠듯하게 이어가고 있다.
구단주인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K리그2 우승 후 광주 구단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실상 별다른 지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호연의 말에 따르면 K1 프로구단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광주 구단은 여러 차례 열악한 훈련 시설을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상태다. 광주월드컵경기장과 광주축구센터의 천연, 인조잔디 각 1면 등 훈련장 3곳을 사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다.
광주축구전용구장은 잔디 관리 때문에 경기 때만 사용하는 처지이고 광주축구센터는 2020년 3월 옛 염주양궁장 부지에 개장한 곳이라 배수 문제로 비가 오면 사실상 사용이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구장은 한 여름에 비가 그치더라도 물에 잠긴 잔디가 썩는 괴사 현상이 생긴다고. 인조잔디 구장은 프로팀과 유스팀이 함께 쓰는데 이 역시 상태가 좋지 않다.
결국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지면 광주 선수단은 실내 훈련만 해야 한다. 주전은 물론 후보 선수들까지 실내에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기란 불가능한 상태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얼마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운동장이 없어 선수들을 성장시키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광주 구단은 벌써 3번째 승격에 성공했다.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결과물을 얻어냈다. 광주는 이날 이기면서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개성 강한 이정효 감독이라는 상품까지 주목을 받으면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관중들도 구단 역사상 최고 매출로 발을 맞추고 있다.
훈련을 통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한국프로축구 1부 구단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훈련장 시설에 신경을 써달라고 공개적으로 하소연을 할 정도니 그 열악한 훈련 시설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떠오르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