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세대’ 여자축구가 월드컵에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있다.
콜린 벨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축구대표팀은 30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의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FIFA(국제축구연맹)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서 FIFA 랭킹 72위 모로코에게 0-1로 패했다.
콜롬비아와 1차전서 0-2로 패한 한국은 2패로 16강 탈락이 유력해졌다. 한국이 3일 FIFA 랭킹 2위 독일을 5골 차로 이기고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잡아줘야 16강에 갈 실낱 같은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첫 2경기에서 보여준 한국의 졸전을 고려하면 독일전에 한 골이라도 넣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정도다. 독일은 1차전서 모로코를 6-0으로 대파한 바 있다.
‘황금세대’로 기대를 모은 대표팀이다. 지소연, 조소현, 이금민 등 해외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이 팀을 이끌고 있다. 2차전 장갑을 낀 김정미는 AFC 최고령 월드컵 출전기록(38세 287일)을 세울 정도로 경험이 많다.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피지컬이 좋은 박은선도 합류했다. 혼혈선수로 차세대 주자인 케이시 유진 페어(16)까지 태극마크를 달아 전력을 보강했다.
어느 때보다 지원도 풍부했다. 콜린 벨 감독은 지난 4년간 체계적으로 월드컵을 준비했다. 벨호는 지난해 11월 뉴질랜드대표팀과 두 차례 원정경기를 치렀다. 2월에는 잉글랜드 4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해 잉글랜드, 벨기에, 이탈리아와 격돌했다. 후원사 나이키는 여자대표팀 전용유니폼까지 출시할 정도로 세심한 배려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이다. 월드컵 2경기서 한국은 3실점을 하면서 제대로 된 슈팅 한 번 기록하지 못했다. 콜롬비아전 한국의 점유율은 35%에 그쳤고 슈팅수는 5-17로 절대 열세였다. 한국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과정 자체를 만들지 못했다. 한국이 올린 13개의 크로스 중 성공한 것은 단 하나였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모로코전은 더 처참했다. 한국은 슈팅수에서 16-9로 앞섰지만 유효슈팅은 단 하나에 그쳤다. 한국은 6번의 코너킥과 14번의 프리킥 찬스를 모두 날렸다. 우왕좌왕하며 첫 실점을 한 뒤 한국은 완전히 무너졌다.
가장 심각한 것은 멘탈문제였다. 한국은 평소 기량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며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짓눌렸다. 기술적인 문제는 차지하더라도 정신력에서 지고 들어가는 모습에 팬들도 등을 돌렸다.
2차전 패배 후 벨 감독은 “2경기 모두 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 모두 매우 실망했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것보다 훨씬 나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다. 우리가 이렇게 못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고 절망했다.
‘황금세대’의 라스트 댄스를 기대했던 팬들의 실망이 크다. 모로코전 패배 후 지소연은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마지막 월드컵을 뛰는 지소연 등이 은퇴하면 여자축구대표팀의 전력은 훨씬 더 떨어진다. 가뜩이나 열악한 여자축구의 저변은 훨씬 더 얕아지고 있다.
팬들은 더 이상 한국이 독일을 5골차로 이겨 16강에 가는 영화 같은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대표팀 선수로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당당히 맞서고 자신이 가진 기량을 모두 발휘해 주길 바라고 있다. 한국이 질 때 지더라도 지난 2경기처럼 경기 중 무기력한 모습은 보여서는 안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