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까지 완벽했다. 팀 K리그와 6만 여 관중이 꿈만 같은 한 여름 밤의 축제를 완성했다.
팀 K리그는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 맞대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3-2로 제압했다. 이로써 팀 K리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스페인 거함' 아틀레티코에 패배의 쓴맛을 선물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팀 K리그는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이승우-주민규-나상호, 백승호-한국영-배준호, 이기제-김영권-정태욱-설영우, 이창근이 선발 출전한다. 벤치에는 조현우, 안톤, 그랜트, 황재원, 이순민, 팔로세비치, 제르소, 헤이스, 세징야, 제카가 앉았다. 티모는 코로나 자가검사키트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틀레티코는 4-4-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알바로 모라타-앙투안 그리즈만, 토마 르마-로드리고 데폴-코케-사무엘 리누, 마리오 에르모소-악셀 비첼-스테판 사비치-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이보 그르비치가 먼저 경기장에 나섰다.
아틀레티코가 초반부터 맹공을 펼쳤다. 아틀레티코는 전반에만 무려 슈팅 12개를 퍼부었고, 그중 박스 안 슈팅이 11개나 됐다. 유효슈팅도 7개에 달했다. 그리즈만과 리누, 르마로 이뤄진 삼각편대는 그야말로 팀 K리그를 폭격했다.
하지만 팀 K리그엔 거미손 이창근이 있었다. 물론 골대가 3번이나 맞는 행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그가 없었다면 단 1실점으로 전반을 마칠 수 없었다. 이창근은 전반 45분 동안 선방 6개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슈팅을 번번이 막아냈다.
사실상 이창근의 쇼케이스였다. 그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데폴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쳐내며 시동을 걸더니 이후로도 미친 선방을 이어갔다. 르마에게 내준 유일한 실점도 그리즈만의 슈팅을 막아낸 뒤 이어진 슈팅에 어쩔 수 없이 당했을 뿐이었다. 국내 선수 중 최다 득표자(52160)의 품격이었다.
전반을 0-1로 마친 팀 K리그는 후반 들어 반격을 시작했다. 후반 4분 안톤이 세징야가 올려준 프리킥을 절묘한 백헤더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터트렸다. 안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세레머니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득점하자마자 긴 양팔을 연신 접었다 폈다 하며 '관제탑 세레머니'를 펼쳤다.
팀 K리그는 후반 40분 앙헬 코레아에게 실점하며 1-2로 끌려갔다. 정규시간은 이제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했다.
깜짝 반전이 일어났다. 후반 41분 제르소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팔로세비치가 골키퍼를 속이고 득점하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팔로세비치는 오른손을 눈썹 옆에 갖다 대며 '경례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순식간에 역전골까지 나왔다. 주인공은 이순민이었다. 그는 후반 추가시간 아크 부근에서 터트린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으며 역전골을 터트렸다. 곧바로 관중석 쪽으로 달려간 그는 동료들과 이른바 '빅맨 세레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마지막 방점은 팬들이 찍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58903명의 팬들은 '잘 가세요' 응원가를 떼창하며 승리를 즐겼다. 이날만큼은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K리그 팬들은 "이겼다! 이겼다!"를 연호했다. 그야말로 선수들과 팬들이 써내린 완벽한 한여름 밤의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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