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하나시티즌이 막고, 대전하나시티즌이 뚫었다. 대전의 수문장 이창근(30)과 방패 안톤(25)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반짝반짝 빛났다.
팀 K리그는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 맞대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3-2로 제압했다. 이로써 팀 K리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스페인 거함' 아틀레티코에 패배의 쓴맛을 선물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팀 K리그는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이승우-주민규-나상호, 백승호-한국영-배준호, 이기제-김영권-정태욱-설영우, 이창근이 선발 출전한다. 벤치에는 조현우, 안톤, 그랜트, 황재원, 이순민, 팔로세비치, 제르소, 헤이스, 세징야, 제카가 앉았다. 티모는 코로나 자가검사키트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명단에서 제외됐다.
아틀레티코는 4-4-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알바로 모라타-앙투안 그리즈만, 토마 르마-로드리고 데폴-코케-사무엘 리누, 마리오 에르모소-악셀 비첼-스테판 사비치-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이보 그르비치가 먼저 경기장에 나섰다.
아틀레티코가 초반부터 맹공을 펼쳤다. 아틀레티코는 전반에만 무려 슈팅 12개를 퍼부었고, 그중 박스 안 슈팅이 11개나 됐다. 유효슈팅도 7개에 달했다. 그리즈만과 리누, 르마로 이뤄진 삼각편대는 그야말로 팀 K리그를 폭격했다.
하지만 팀 K리그는 전반을 단 1실점으로 마쳤다. 물론 골대가 3번이나 맞는 행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골키퍼 이창근의 엄청난 선방쇼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45분 동안 선방 6개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슈팅을 번번이 막아냈다.
사실상 이창근의 쇼케이스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데폴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쳐내며 시동을 걸더니 이후로도 미친 선방을 이어갔다. 유일한 실점도 그리즈만의 슈팅을 막아낸 뒤 이어진 슈팅에 어쩔 수 없이 당했을 뿐이었다.
이창근은 앞선 팬 투표에서 52160표를 받으며 세징야(56133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았다. 그는 그럴 자격이 있는 선수였다. 이날 그는 '스페인 거함'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증명하며 국내 선수 최다 득표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전반엔 이창근이 있었다면, 후반엔 안톤이 있었다. 단단하던 아틀레티코의 수비를 뚫은 선수 역시 다름 아닌 대전 소속 안톤이었다. 든든한 중앙 수비수인 그는 후반 4분 세징야가 올려준 프리킥을 절묘한 백헤더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터트렸다.
꼭 팀 K리그에 뽑히고 싶다던 안톤은 골 맛까지 봤고, 이른바 '관제탑 세레머니'를 선보이며 기쁨을 만끽했다. 소셜 미디어에 한국어로 자신을 뽑아달라고 홍보 글을 올리던 안톤인 만큼 행복한 모습이었다.
안톤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세레머니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득점하자마자 관중석을 향해 긴 양팔을 연신 접었다 폈다 하며 펄쩍였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세레머니였다.
한편 팀 K리그는 대전의 두 별이 펼친 맹활약에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팀 K리그는 후반 40분 앙헬 코레아에게 실점하며 패배 위기에 처했지만, 후반 42분 팔로세비치의 페널티킥 득점과 후반 추가시간 이순민의 환상적인 극장골을 앞세워 3-2 승리를 따냈다. 신난 K리그 팬들은 '잘 가세요' 응원가로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결말까지 완벽했던 한여름 밤의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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