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정신으로 무장한 허훈(28, 상무)이 ‘B리그 최고연봉’에 빛나는 토가시 유키(30, 치바 제츠)를 눌렀다.
추일승 감독이 지휘하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KB국민은행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일본을 76-69로 눌렀다. 한국은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통쾌한 승리였다. 남자농구 한일전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 원정경기서 1승 1패를 거두고 돌아왔다. 최근 일본프로농구 B리그가 큰 성장을 거두며 더 이상 한국이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매치업은 허훈 대 토가시 유키의 포인트가드 대결이었다. 두 선수 모두 자국리그에서 MVP를 수상한 경력이 있는 아시아 최정상급 선수다. 토가시 유키는 B리그에서 최초로 연봉 1억 엔(약 9억 원)을 돌파한 선수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김선형이 컨디션 난조로 결장하면서 허훈의 어깨가 더욱 무거웠다.
과거 허훈은 토가시 유키를 만나면 수비가 되지 않아 다득점을 허용한 적이 많았다. 허훈이 토가시를 얼마나 제어하느냐에 승패가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토가시는 3점슛 2개를 터트리면서 허훈을 자극했다. 심기일전한 허훈은 토가시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일대일 공격을 시도했다. 180cm인 허훈이 167cm 토가시를 상대로 포스트업 득점을 성공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홈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이라 열기도 뜨거웠다. 허훈은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세리머니도 격하게 하는 등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허훈은 4쿼터 중반에도 일본의 추격을 따돌리는 3점슛을 꽂아 대미를 장식했다. 허훈은 양팀최다인 22점을 올리면서 어시스트 6개를 뿌렸다. 특히 토가시를 1쿼터 초반 이후 무득점으로 묶은 수비도 돋보였다.
경기 후 톰 호바스 일본 감독은 “2번 선수(허훈)가 오늘 잘했다. 경기운영을 잘하는 영리한 선수였다. 우리 수비를 잘 벗겨냈다. 내일은 그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토가시 유키 역시 “역시 허훈이 인상적이었다. 허훈과 전성현을 막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국의 2차전 승리 역시 허훈의 어깨에 달려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