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가 또 한 번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학농구 정상에 섰다.
주희정 감독이 지휘하는 고려대 농구부는 20일 상주실내체육관 신관에서 개최된 ‘제39회 MBC배 대학농구 상주대회 결승전’에서 연세대를 69-58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2연패에 성공한 고려대는 통산 13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한 고려대지만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우승이었다. 4학년 에이스 문정현은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리더 박무빈과 센터 양준은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 차출됐다. 여기에 크고 작은 부상자들이 속출해 실제로 뛸 수 있는 가용인원은 더 줄었다.
주희정 감독은 과감하게 1학년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유민수(200cm 포워드), 이동근(198cm 포워드), 문유현(180cm 가드), 윤기찬(193cm 가드) 등 갑자기 중책을 맡게 된 1학년 선수들이 대회 중 급성장을 보였다. 2학년 가드 박정환은 저학년임에도 구심점 역할을 다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고려대는 중앙대와 예선 마지막 경기서 70-61로 승리했지만 경기내용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믿었던 가드 박정환이 지역방어에 고전하며 턴오버를 7개나 범했다. 고려대는 총 18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이겨도 찜찜한 경기였다.
경기 후 주희정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크게 화를 냈다. 그는 “선수들이 자신의 재능만 믿고 너무 나태한 모습을 보였다. 끝까지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그간 고려대가 보여줬던 농구다. 아무리 저학년이 많지만 점수 차가 벌어졌다고 느슨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결승전을 앞두고 김도은과 유민수까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다. 주희정 감독은 불과 7명으로 결승전 게임플랜을 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다행히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은 유민수는 결승전에서 선발출전해 20점, 11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하며 고려대의 골밑을 지켰다. 문유현도 14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로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이동근은 9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궂은 일을 도맡았다. 박정환은 16점, 9어시스트를 하면서 턴오버는 2개에 그쳤다.
저학년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고려대는 라이벌 연세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위기 속에서 어린 선수들을 한데 묶은 주희정 감독의 지도력이 어느 때보다 빛을 발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