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뮌헨은 19일(한국시간) 새벽 홈페이지 등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김민재와 2028년 6월까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등번호는 3번.
올 여름 김민재의 이적 과정은 페네르바체(튀르키예)서 나폴리로 이적했던 작년 여름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찌감치 이적이 굳어진 상황에서 세부사항 조율 때문에 '오피셜'이 다소 늦어졌다.
나폴리 때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뮌헨에서는 토마스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원했다. 나폴리는 칼리두 쿨리발리가 첼시로 떠나면서 김민재가 필요했고, 뮌헨은 뤼카 에르난데스가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이적하면서 대체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김민재의 위상은 불과 1년 만에 확연하게 달라졌다. 김민재가 나폴리에 합류할 때는 쿨리발리 대체자였으나 기대치는 거의 없었다. 팬들도 전문가들도 쿨리발리가 워낙 세계적인 수비수였기에 무명에 가까웠던 김민재가 그 공백을 메울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분데스리가를 평정하고 있는 뮌헨은 달랐다. 우승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김민재가 필요했다. 뤼카의 공백을 메우는 것 이상이 필요했다. 때문에 세리에 A 최고 수비수로 인정을 받은 김민재를 원했다.
1800만 유로(약 256억 원)였던 이적료도 5000만 유로(약 710억 원)로 껑충 뛰었다. 추정이지만 나폴리 시절 250만 유로(약 36억 원)였던 연봉도 1200만 유로(악 170억 원)가 돼 거의 5배 뛰었다.
뮌헨은 세심한 부분에서 김민재의 마음을 얻었다. 뮌헨은 김민재가 병역 특례 혜택에 따른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지난 6일 훈련소에서 퇴소한 시점에 맞춰 의료진을 급파했다. 김민재가 독일이 아닌 한국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한동안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독일 '빌트'가 이를 두고 "김민재가 독일로 온 것이 아니라 뮌헨 의료진이 한국으로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갔다"면서 "이는 바이에른 뮌헨 구단 역사상 가장 미친 메디컬 테스트"라고 놀라워했을 정도였다.
뮌헨은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비밀리에 진행된 메디컬 테스트 동안 김민재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겼다. 뮌헨 관계자가 직접 구단 기념품을 김민재에게 선물했다.
뮌헨 관계자는 어린이용 유니폼, 팬티, 축구 양말, 인형 등을 전달했다. 그런데 김민재가 가장 큰 미소를 보인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카드를 공개했을 때였다.
이 카드에는 한글로 "사랑하는 민재, 사랑하는 지민, 사랑하는 주아, 뮌헨과 FC바이에른의 가족이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지민은 김민재의 동갑내기 아내, 주아는 2021년 태어난 김민재의 딸이다.
이 장면은 뮌헨이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메디컬 테스트 비하인드' 영상에서 드러났다. 카드 내용은 안지민 씨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다.
뮌헨이 가족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등 김민재에게 진심으로 다가왔다. 이 때문인지 김민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뉴캐슬 유나이티드, 파리 생제르맹(PSG), 토트넘 등의 하이재킹 시도를 모두 물리쳤다.
김민재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뮌헨 훈련장에서도 느껴졌다. 김민재는 나폴리 신고식에서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을 열창하면서 춤을 췄다. 쑥스러움을 무릎 쓰고 동료들과 팬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뮌헨에 도착한 김민재는 실내 사이클로 몸을 풀면서 먼저 다가오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미 자신을 알고 다가오는 동료들을 여유롭게 맞이하는 모습이었다.
뮌헨은 이날 지역 아마추어팀인 로타흐 에게른과 프리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김민재는 경기 동안 실내 사이클 훈련에 집중했으나 경기 후에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팬 서비스에 나섰다.
뮌헨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11초짜리 영상을 보면 팬들은 나폴리 시절과 마찬가지로 "KIM KIM KIM"을 연호했다. 이미 김민재를 알고 있다는 의미다.
김민재는 뮌헨에 입단하면서 등록명을 나폴리 때처럼 성 'KIM(김)'이 아니라 이름인 'MINJAE(민재)'로 했다. 김민재는 마치 나폴리에 있는 것처럼 익숙한 환경에서 팬들에게 사인하는 모습이었다.
김민재는 뮌헨 홈페이지를 통해 "뮌헨 입단은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이다.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말 기대된다"면서 "내겐 새로운 시작이다. 더 발전해 나가겠다. 구단과 처음 이적 논의할 때부터 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바로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뮌헨에서 첫 번째 목표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과 가능한 한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라면서 "트레블도 달성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