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에 맞지 않은 선수를 선발하고도 1년 반이 넘도록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대한축구협회(KFA)가 뒤늦게 사과했다. KFA를 향한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KFA는 18일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에서 이상민(성남FC)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과거 음주운전 이력 때문이다. K리그 2 충남아산 소속이던 이상민은 지난 2020년 5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그해 8월 5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형을 받았다.
KFA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는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에 따르면 ‘500만 원 이상 벌금형 선고 후 그 형이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다. 이상민이 2023년 8월 4일까지는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단 것이다.
그런데 그는 2021년 10월 1년 반 만에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선발, 2022 U-23 아시안컵 예선을 시작으로 황선홍호에서 꾸준히 차출(6경기 소화)됐다. 그리고 지난 14일 발표된 항저우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에도 포함됐다.
대표팀 차출 결격 기간 내 있었던 과거 이상민의 황선홍호 합류가 규정 위반이란 것을 KFA가 인지하고 감독과 코치진에게 알렸어야 했다. 이는 규정대로 움직이는 KFA의 기본 역할이다.
최정예 멤버를 꾸리기 위해 선수 파악에 신경을 집중하는 감독이 협회 규정까지 인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격 사유가 있는 선수가 있다면 이를 파악하고, 감독과 코치진에 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KFA의 몫이다.
그러나 KFA는 최근까지도 이상민의 합류에 이상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KFA의 18일 사과 입장문에 앞서 OSEN은 '선수 선발 규정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KFA의 행정사고'에 대해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이 발표된 당일(14일) KFA 관계자는 “이상민이 이미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또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이상민의 첫 국제대회가 아니라 U-23 아시안컵에 출전한 이력도 있다. 이에 이번에 발탁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과거 이상민의 U-23 아시안컵 동행도 문제였단 것을 KFA가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KFA는 17일 “과거 발탁을 포함해 이상민 관련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라고 3일 만에 말을 바꾸고, 18일 행정체계 오류를 인정하며 사과했다.
이상민은 황선홍호에서 그동안 6경기를 소화했다. KFA가 바로잡을 기회가 무려 6번이나 있었단 뜻이다. 그러나 KFA는 일이 터지고 나서야 달랑 사과문 한 장으로 ‘대형사고’를 수습하고자 한다.
KFA는 이미 다른 연령 국가대표에 차출될 만한 경기력을 지녔지만 과거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선수에게 “음주운전한 사실 때문에 대표팀에 뽑히기 어렵다”라고 일러줬다.
선수에게 음주운전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또 규정상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없단 것을 알고 있었다. KFA의 꼼꼼하지 못한 일처리가 아시안게임 개막 불과 약 2달을 앞두고 큰 화로 돌아왔다.
KFA는 “이상민의 경우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2021년 첫 선발 당시 해당 사실과 연관한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관련절차 처리에 대해 미숙함이 있었다. 향후 행정체계 정비를 통해 유사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를 강조했지만, 이미 KFA의 신뢰도는 '0'에 수렴한다. 선수 선발 규정을 숙지하는 것은 협회 업무의 기본 중 기본이다. 심지어 지난 5월 정몽규 KFA 회장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하는 협회가 되겠다”며 쇄신안을 발표한 지 불과 2달 만에 협회의 ‘기본 망각’ 일처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바뀐 게 전혀 없단 뜻이다. /10bird@osen.co.kr/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