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가격 논란' 이규성, 사후 징계 없다...축협 심판위 "퇴장감 아냐, 전체 맥락 고려해야"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7.17 16: 51

"이규성의 반칙 장면은 가격보다는 밀치는 행위에 가깝다. 전체적인 맥락도 고려해야 한다."
상대방 가격 논란을 빚은 이규성(29, 울산현대)이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 판단 결과 사후 징계를 피했다.
이규성은 지난 12일 오후 7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인천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2라운드 맞대결 도중 후반 3분경 오른팔을 휘둘렀고, 여기에 인천 문지환이 머리를 맞아 쓰러졌다.

울산 현대 이규성 008 2023.04.30 / foto0307@osen.co.kr

[사진] 논란의 가격 장면 / 쿠팡플레이 중계 화면.

당시 이규성은 공격 과정에서 문지환의 마크를 받자 고개를 돌려 우측을 흘깃 봤다. 그러더니 돌연 오른팔을 높이 들어 올려 휘둘렀다.
얼굴 부근을 맞은 문지환은 경기장 위에 누워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안재훈 주심은 이를 미처 보지 못했고, 울산이 그대로 공격을 이어갔다. 주심은 코너킥 상황이 된 이후에야 문지환에게 다가가 상황을 체크했고, 울산 정승현이 문지환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문지환은 주심을 향해 이규성이 팔꿈치로 가격했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진] 항의하는 문지환 / 쿠팡플레이 중계 화면.
[사진] 축구 커뮤니티 FMKOREA.
경기 중에는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지만, 경기 후 팬들 사이에서 이규성의 거친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축구 팬들은 고의적인 행위라며 그가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당연히 퇴장이 나왔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충분히 고의적 가격으로 볼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이규성은 오른팔을 어깨 높이 위까지 치켜올렸고, 두 눈으로 문지환을 확인한 뒤 팔을 휘둘렀다. 직접적으로 공을 다투고 있던 상황이나 문지환이 무리하게 손을 사용해 이규성을 잡아끄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더욱 의문이 남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빠르게 사건을 인지했다. 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 종료 직후 경기평가회에서 해당 장면이 언급됐고, 미디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연맹 측은 사후 징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 질의했다.
하지만 협회 심판실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심판위에서 가격의 제스처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멀리서 볼 때는 가격으로 볼 수도 있지만, 느린 화면이나 확대 화면으로 보면 손과 손목의 위치가 미는 형태였다고 한다. 비디오 판독(VAR) 심판들과도 소통한 결과 경고 수준의 반칙이라고 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울산 현대 이규성 031 2023.05.14 / foto0307@osen.co.kr
강창구 협회 전임심판강사에게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17일 통화에서 "만장일치는 아니었고, 의견이 나뉘었다. 심판위 내에서도 개인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퇴장감은 아니라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분석팀 전체적으로 퇴장을 주기에는 강도가 약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심판위는 이규성이 주먹으로 가격한 게 아니라 전완으로 밀었다고 봤다. 강창구 전임심판강사는 "멀리서 보면 손이 얼굴 쪽으로 갔으니 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석팀에서는 쳤다기보다는 손으로 머리 쪽을 미는 형태이기 때문에 퇴장을 주기에는 약하다는 의견을 내놨다"라고 설명했다.
직전 상황에서 문지환이 유니폼을 살짝 잡아당기면서 이규성이 이를 떨쳐내려 한 '전체적인 맥락'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창구 전임심판강사는 "이전 상황에서 약간의 신체 접촉이 있다. 유니폼을 잡으면서 옷자락이 살짝 늘어난다. 그걸 떨쳐내고자 한 행동으로 보인다. 가격과 밀치는 행위는 다르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물론 손이나 팔이 공과 상관없이 얼굴 쪽으로 가면 사소한 행위가 아니면 퇴장 행위로 봐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교재에도 ‘풋볼 언더스탠딩(전체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란 개념이 있다. 무작정 내보내는 것이 공정한 것이냐 혹은 그 상황을 판단해서 정하는 것이 나은 것이냐는 교육 주제도 있다. 그런 부분과 맥락을 고려해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인종차별 발언 논란 관련 울산 현대 선수들의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울산 이규성이 상벌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2023.06.22 /ksl0919@osen.co.kr
심판위의 설명에도 팬들의 비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아무리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고의성이 보이는 데다가 주먹이든 전완이든 얼굴을 친 행위임에는 분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규성은 지난 주말 수원삼성과 23라운드 경기에도 선발 출전해 경기장을 누볐고, 앞으로도 사후 징계 없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할 예정이다. 최근 2연패에 빠진 선두 울산은 전력 누수 없이 다음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
징계 여부와 별개로 이규성은 지난달 '인종차별 발언'에 이어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그는 동료 이명재의 게시글에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라는 댓글을 남기며 이명재의 피부색을 농담의 소재로 삼았고, 1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1500만 원을 부과받았다.
당시에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규성은 한 경기 징계 이후 경기장으로 돌아와 울산에 힘을 보탰다. 게다가 이번에는 아예 징계를 피하면서 그를 둘러싼 '면죄부'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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