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의 대재앙...역사상 가장 큰 실수."
이강인(22)이 친정팀 발렌시아에서 방출된 지 2년 만에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 유니폼을 입었다.
스페인 '데포르테 발렌시아노'는 10일(한국시간)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대재앙이다. 그의 PSG 이적은 최근 몇 년간 최악의 이적이며 많은 이들이 책임을 갖고 있다"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매체는 "이강인은 최근 발렌시아 역사상 가장 큰 실수"라며 "발렌시아는 오랫동안 그를 훈련시켰고, 알려왔다. 하지만 진실의 순간이 왔을 때 그의 경력을 망쳐버렸고, 축구만 하고 싶었던 꼬마의 꿈을 죽였다"라고 지적했다.
이강인은 지난 2011년 발렌시아 유스 아카데미와 계약을 맺으며 유럽 무대에 발을 디뎠다. 어릴 적부터 두각을 드러낸 그는 2017년 12월 프로 데뷔전을 치렀고, 다음 시즌에는 라리가 데뷔에도 성공했다. 그의 앞에는 탄탄대로만 남은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강인은 마르셀리노 감독 밑에서 좀처럼 기회를 받지 못했고, 하비 가르시아 감독 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임대로라도 실전 경험을 쌓길 원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결국 피터 림 회장을 중심으로 한 발렌시아 보드진은 비유럽 쿼터(Non-EU)를 확보해야 한다며 2021년 이강인을 자유 계약(FA)으로 방출했다.
발렌시아 최고의 유망주로 불리던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날개를 펼쳤다. 그는 2021-2022시즌 적응기를 보낸 뒤 지난 시즌 본격적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리그 6골 6도움을 기록하면서 한국 선수 최초로 라리가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고, 공격수 베다트 무리키와 좋은 호흡을 자랑하며 순식간에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이강인은 날카로운 왼발 킥과 탈압박 능력은 물론이고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 능력과 피지컬까지 제대로 보완했다. 완성형 미드필더로 성장한 그는 라리가 올해의 팀(Team of the season)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고, 이달의 선수 후보에도 두 차례나 선정됐다. 스페인 '아피시온 데포르티바'도 이강인에게 시즌 평점 10점 만점을 주며 극찬을 보냈다.
특히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는 화려한 드리블 능력이 압권이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드리블 돌파 90회를 기록하며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112회)에 이어 라리가 최다 드리블 2위를 차지했다. 유럽 5대 리그로 넓혀도 4위에 달하는 수치다. 게다가 성공률에서는 72.6%로 비니시우스(42.1%)를 압도했다. 그만큼 이강인의 드리블은 반칙이 아니면 막을 수 없었다.
이제 이강인은 '프랑스 챔피언' PSG의 유니폼을 입으며 음바페와 네이마르, 마르코 베라티, 마르퀴뇨스 등 월드 클래스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지난 2021년 발렌시아에서 방출당한 뒤 2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이적료만 무려 2200만 유로(약 314억 원)다. 마요르카 역사상 최고의 거래다. 20%인 440만 유로(약 63억 원)는 이강인의 몫이지만, 마요르카는 공짜로 영입한 그를 팔아 1700만 유로(약 243억 원)가 넘는 거금을 얻게 됐다.
'스페인' 마르카는 "마요르카는 2200만 유로에 최고의 자산을 잃게 된다"라며 "마요르카 역사에 남을 이적이다. 이강인 판매로 얻는 수입은 2004년 사무엘 에투를 바르셀로나에 2400만 유로(약 343억 원)를 받고 넘겼을 때보다 많다. 당시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이적료의 50%를 챙겼다"라고 설명했다.
PSG에서 뛰는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된 이강인은 "PSG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PSG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빅클럽 중 하나이며 세계적으로 위대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새로운 모험을 빨리 시작하고 싶다"라며 설레는 출사표를 던졌다.
발렌시아로서는 두고두고 땅을 칠 일이다. 물론 이번 이강인의 이적으로 발렌시아가 받는 돈도 있다. 발렌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연대 기여금 제도에 따라 이적료 2200만 유로 중 3.5%인 77만 유로(약 11억 원)를 챙긴다. 하지만 10년 넘게 그와 함께했던 점을 고려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금액이다.
데포르테 발렌시아노는 이강인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 구단 인사들을 대거 비판했다. 매체는 "마르셀리노는 이강인의 잠재력을 이해하지 못했고, 마테우 알레마니 전 CEO도 마찬가지였다"라며 "그런 다음 구단 역사상 최악의 사나이 아닐 무르티 회장이 도착했다. 그는 이강인을 떠나보내며 일을 마무리했다"라고 지적했다.
발렌시아는 최근 하락세를 걷고 있기에 더욱 뼈아프다. 상위권 경쟁을 펼치던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 강등권까지 내려앉았고, 최종 16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특히 이강인에게 결승골을 얻어맞는 등 마요르카를 만나 두 번 모두 패하며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게다가 이강인 대신 영입한 마르코스 안드레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는 부진과 부상에 허덕이며 2022-2023시즌 리그 17경기 1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의 발렌시아 성적은 54경기 4골에 불과하다. 라리가를 휩쓸며 PSG에 입성한 이강인과는 대조되는 활약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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