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다. 올 시즌 2승, 통산 18승의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여왕 박민지가 US여자오픈 출전 차 미국에 가 있는 사이 KLPGA 투어 슈퍼루키들이 ‘내 세상’을 만들어 버렸다.
신인상 포인트 1위 김민별(19, 하이트진로)과 2위 황유민(20, 롯데)이 연장 승부에 나가, 황유민이 첫 라운드에서 버디를 잡으며 KLPGA 정규투어 생애 첫 우승컵을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1억 8,000만 원)에서 쟁취했다.
신인 중에서는 신인상 포인트 3위를 달리고 있는 방신실(19, KB금융그룹)에 이어 황유민이 두 번째로 ‘루키 우승’에 성공했다.
황유민은 9일 경기도 포천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파72/6,590야드)에서 막을 내린 이 대회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69-68-66)로 김민별과 동타를 이뤄 루키들끼리 우승컵을 놓고 연장 승부를 펼쳤다.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은 박민지가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대회다.
이날의 최종라운드는 중부 지방을 덮친 비구름의 영향으로 5시간가량을 대기하다가 오후 1시 반에 가까스로 경기를 시작했다.
챔피언조의 구성부터가 흥미로웠다. 루키인 김민별과 황유민, 그리고 2022 KLPGA 투어 대상 수상자 김수지가 조를 이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챔피언조보다 한 조 앞서 플레이 했던 한진선(26, 카카오VX)과 황유민의 우승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황유민은 17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 12언더파를 달리고 있었고, 한진선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낚아 12언더파를 만들어 놓고 18번홀을 아웃했다. 여기에 김민별도 후반부터 발동이 걸려 12언더파였다.
황유민이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하면 한진선까지 셋이서 연장 승부를 펼쳐야 할 판이었다.
그러나 루키들의 패기는 무서웠다. 황유민이 18번홀에서 4.7미터짜리 버디를 잡아 13언더파 단독 선두를 만들어 버렸다. 핀 거리가 더 가까웠던 김민별도 가만 있지 않았다. 후반 들어서만 이미 4개의 버디를 잡았던 김민별은 18번홀에서도 3.2미터짜리 버디를 보기 좋게 성공시켰다.
6월 18일 끝난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도 준우승 한 김민별은 황유민과의 연장전 패배로 우승 기회를 다음으로 넘겼다.
황유민은 우승 인터뷰에서 “마지막 3홀을 남겨 놓고는 많이 긴장해 손도 떨렸다. 장타의 비결은 특별한 것이 없다. 거리가 안나가서 거리를 늘려야겠다고 마음먹은 후에 빈 스윙으로 빠른 스피드 훈련을 많이 한 거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은 할아버지께 우승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시원시원하게 거침없이 플레이 하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LPGA 영구 시드 획득이라는 큰 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