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미드필더' 이강인(22)이 드디어 파리 생제르맹(PSG) 공식 입단 소식을 들려줬다. 가슴에 묻은 '스승' 고(故) 유상철 감독의 월드컵 1호골이 터진 PSG 홈구장에서 그는 새로운 시작을 한다.
PSG는 9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과 2028년까지 계약했다”라고 밝혔다.
드디어 이강인의 차기 행선지가 결정됐다. 2018년 10월 발렌시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이후 스페인 라리가에서 발렌시아 3시즌-마요르카 2시즌, 통산 5시즌(135경기 10골)을 보낸 그는 프랑스 리그1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PSG 유니폼을 입은 이강인은 이제는 고인이 된 유상철 감독과 연결고리가 생겼다.
PSG 홈구장 파르크 데 프랭스는 유상철 감독이 월드컵 첫 득점을 올린 의미 있는 장소다. 1998년 6월 25일 프랑스월드컵 E조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1-1 무)와 경기에서 유상철 감독은 동점골을 넣으며 한국을 전패 위기에서 구해냈다.
2002 한일 월드컵 D조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한국 2-0 승)와 경기에서 작렬한 유상철 감독의 골은 그의 월드컵 2호골이다.
이강인과 유상철 감독의 인연은 깊다. 2006년 KBS에서 방영된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연을 맺었다. 특히 이강인이 그를 잘 따랐다.
유상철 감독도 이강인에 대한 특별한 애틋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생전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에게 건강한 몸이 주어진다면 이강인의 경기를 보고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상철 감독은 끝내 그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2021년 6월 췌장암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유상철 감독이 세상을 떠났단 소식을 들은 이강인은 당시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장문을 글을 남겼다.
그는 “제 나이 7살, 축구 선수라는 꿈만 가지고 마냥 천진했던 시절,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상철 감독님을 처음 만나게 됐다.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다”며 “감독님이 저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앞으로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밝은 미래와 무궁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제가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세요”라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축구선수로서 한 단계 도약에 성공한 이강인은 이제 그토록 따르던 스승의 향기가 묻어 있는 곳에서 커리어를 이어간다.
한편 차기시즌 리그1 강력한 우승후보 PSG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린 이강인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위치에서 뛸 수 있다”면서 “양쪽 윙에서 뛸 수 있는 미드필더다. 볼을 능숙하게 다루고, 승리에 대한 열망과 갈증이 상당히 많다. 팀 승리를 목표로 최대한의 힘을 발휘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PSG를 알고 있었다. 세계적인 구단 중 하나다. 또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여기 있다. 새로운 시작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길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PSG도 이강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강인의 이력을 살펴보면 기대는 당연하다.
PSG는 '날아라 슛돌이’에 ‘축구 천재’로 출연했단 소식을 다루면서 이강인을 소개했다.
구단은 “불과 6살의 나이에 한국에서 이강인은 유명인이 됐다”며 “2011년 여름 스페인 발렌시아 아카데미에 입단했던 이강인은 겨우 10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주눅 드는 모습은 없었다. 7년 뒤 한국인 최연소 유럽 프로 데뷔 기록을 세운 것이 이를 설명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강인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참가했다. 앞서 U-20 월드컵 땐 대회 최다 득점자였던 엘링 홀란을 제치고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빠르고 좋은 기술을 보유한 이강인은 왼발로 차이를 만든다. 중원과 윙 등 전방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며 “좁은 공간에서도 편안하게 플레이하고, 짧은 패스, 롱 패스 모두 잘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최고 수준에서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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