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원하는 소년'과 '강등을 피해야 하는 구단'의 안타까운 갈등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3.07.04 16: 23

선수는 유럽 무대 진출을 원하고 구단은 강등을 피해야 한다.
양현준과 소속팀 강원 FC가 갈등을 겪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유럽 진출이다. 지난 2일 강원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라운드 맞대결이 강원의 0-1 패배로 끝난 뒤 양현준의 인터뷰 기사가 쏟아졌다. 양현준이 직접 "이적료가 부족하다면 연봉에서 깎아서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라며 셀틱 이적을 원한다고 이야기한 것.
최근 셀틱이 양현준을 원하고 이적료로 250만 유로(한화 약 35억 원)를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지난 1월 300만 파운드(약 40억 원)에 셀틱으로 이적한 오현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금액이다. 양현준이 2002년생 어린 선수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과감한 금액이며 양현준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양현준의 바람과는 달리 양현준은 명백히 강원 소속 선수다. 구단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선수를 붙잡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강원은 이번 시즌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리그 20경기를 치렀지만, 득점은 12골로 꼴찌다. 리그 순위 최하위 수원삼성(17골)보다 5골이나 적다.
상황이 어려웠던 강원이다. 2022년 영입한 디노는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채 지난달 계약을 해지했고 마땅한 최전방 공격수 자원 없이 리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지난 1일 브라질 공격수 야고를 영입했지만, 팀과 리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 사령탑까지 바뀌면서 달라진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지독하게도 어려운 시즌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이스' 양현준마저 여름 이적시장에서 보낸다면 당장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강원이다. 11위 강원은 20경기에서 단 2승(승점 13점)만을 거뒀으며 12위 수원삼성(승점 10점)과 승점 차는 3점에 불과하다. 순위가 언제라도 뒤바뀔 수 있는 두 팀이다.
이영표 전 강원 대표이사는 과거 "양현준 선수에게는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고 금액의 오퍼가 들어왔다. 그런데 유럽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비즈니스적 마인드로는 당연히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전 반대했다. 이 선수는 강원의 자산이기도 하지만, 한국 축구의 자산이기도 하다. 이 친구는 유럽에 보내야 한다"라며 양현준의 유럽 진출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영표 전 대표는 "돈을 덜 받더라도 이 선수는 유럽에 보낼 선수다. 다행히 양현준 선수도 이러한 일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묵묵히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 이영표가 물러나고 김병지 대표이사가 부임한 뒤 상황이 꼬였다. 양현준은 이영표 전 대표의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당사자가 구단을 떠나면서 공중으로 붕 뜨게 된 것이다. 
양현준은 "언제까지고 셀틱이 기다려주는 건 아니다"라며 "어떻게든 이번 주 내로 빨리 해결하고 준비해야 될 것 같다"라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강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아직 양현준과 구단 사이에 구체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평생 받아보지 못했던 유럽 무대의 관심을 받은 어린 선수, 그리고 당장 강등을 피해 살아남아야 하는 구단 사이의 안타까운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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