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증’은 옛말이 됐다. 한국축구에게 일본은 이제 벽으로 다가온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한국 축구 대표팀은 2일 오후 9시(한국시각)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에 0-3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1986년, 2002년 두 차례 우승한 한국은 21년 만에 정상에 도전했지만 좌절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역대 최다인 4회 우승을 달성했다.
과거 일본이 한국만 만나면 벌벌 떨며 ‘공한증’을 호소하던 시대는 지났다. 한국은 최근 일본과 각급 대표팀 5차례 승부에서 모두 0-3으로 완패를 당하는 수모를 끊지 못했다. 이제는 한국축구가 ‘공일증’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형님들’인 A대표팀은 2021년 3월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일본대표팀에 0-3으로 깨지며 ‘요코하마 참사’를 당했다. A대표팀은 지난해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동아시아 챔피언십에서 다시 한 번 0-3으로 졌다. 아무리 손흥민이 빠진 정예가 아니었고, 일본 원정경기였지만 핑계를 댈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동생들도 일본에게 지고 있다. U17 대표팀은 지난해 6월 8일 일본 센다이서 열린 U16 인터내셔널 드림컵에서 일본에 0-3 완패를 당했다. U23 대표팀은 지난해 6월 12일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역시 0-3으로 크게 졌다.
이번에 U17 대표팀이 다시 한 번 일본에 0-3 완패를 당하면서 한국은 일본에 5연패를 당했다. 5경기서 득점은 단 1점도 없었고 실점이 무려 15점이다.
그나마 잘싸운 변성환호는 다소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 전반 43분 고종현이 석연찮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기 전까지 한국이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태국 주심은 경기 내내 한국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 나와타 가쿠의 프리킥 선제골 역시 주심이 파울이 나온 지점보다 더 가까운 위치에서 슈팅을 허용하는 오심을 범했다.
억울한 상황은 또 생겼다. 후반 39분 드리블하는 김명준이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쇄도하며 골키퍼의 손에 걸려 넘어졌다. 명백한 페널티킥 상황이었지만 주심은 파울조차 선언하지 않았다. 1-1이 될 수 있는 경기가 0-2로 벌어진 이유였다.
일본이 넣은 나머지 두 골은 완벽한 조직력과 개인기로 만든 명백한 실력의 차이였다. 일본축구가 전 연령대에서 한국보다 앞서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한국축구 미래인 U17대표팀의 선전으로 희망은 있다. 한국이 지나치게 일본을 의식하고 겁낼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