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폭격기’ 고지우(21, 삼천리)가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생애 첫 우승을 폭격했다.
고지우는 2일 오후 끝난 KLPGA 투어 15번째 대회 ‘맥콜-모나 용평 오픈 with SBS Golf’(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 4,400만 원)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69-68-65)의 성적으로 생애 첫 우승에 성공했다.
고지우의 별명은 ‘버디 폭격기’다. 버디 사냥이 한번 기세를 타면 거침이 없기 때문에 생겼다. 루키 신분이던 지난 시즌에는 라운드당 3.8개의 버디를 잡아 내며 신인왕 포인트 2위에 올랐다.
7언더파 단독 6위에서 2일의 최종 3라운드를 시작한 고지우가 우승까지 오르는 장면을 되새기면 왜 ‘버디 폭격기’라는 별명이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고지우는 이날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1개를 적어냈다.
버디 숫자도 숫자지만 버디가 터진 거리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3개의 버디 후 5번홀에서 유일한 보기가 나왔는데, 그 이후 무결점 플레이가 다시 이어졌다.
파5 8번홀 2.5미터 버디, 파5 10번홀 3.6미터 이글, 파4 13번홀 4.8미터 버디, 파4 15번홀 10.1미터 버디가 잇달아 터졌다. 10번홀 이글로 단독 선두에 올라선 뒤 갈수록 버디를 잡아내는 거리가 길어진다.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은 15번홀 버디는 거의 신들린 듯했다.
대회장인 강원도 용평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6,435야드)은 15~16번홀이 공략이 까다로워 ‘버치홀 트랩’이라 부른다. 모두에게 까다로웠던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고지우는 16번홀 티샷에서 실수를 했다. 우 도그렉 홀에서 공이 우측으로 밀리더니 소나무 숲에 맞는 소리가 났다. 고지우는 프로비저널 볼을 준비했다. 그 때 진행요원으로부터 공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은 나무를 맞고 나와 언덕배기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고지우는 레이업을 선택했는데 공이 원하는 지점까지 빠져나가지 않았다. 탄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소나무 숲에 걸릴 수 있는 자리였다. 고지우는 페이드를 생각하고 샷을 날렸는데 공은 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위험했지만 다행히 탄도가 제대로 형성됐고, 공은 그린에 안착했다. 고지우는 이 샷을 두고 “왼쪽으로 휘게 치면 핀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공이 핀을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공이 핀을 좋아했던 모양이다”고 웃었다.
겁 없는 샷으로 우승을 ‘폭격’한 고지우는 우승 인터뷰에서 “믿기지 않고 떨리지만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말한 뒤 “저번 주부터 내 샷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자신감은 생겼지만 마음은 내려놓고 쳤다”고 말했다. 버치힐 컨트리클럽이 자리잡은 발왕산은 국내에서 12번째로 높은 해발 1,458m의 고산이다. 왕이 날 자리가 있다는 의미와 함께 여덟 명의 왕이 난다는 전설이 있어 팔왕산으로도 불린다. 이날 고지우의 플레이는 좋은 기운을 상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2위는 영구 시드권자 안선주(35)가 차지했다. 출산 후 KLPGA 투어에 복귀한 안선주는 최종합계 11언더파로 이제영과 공동 2위에 랭크됐다. 고지우와 함께 우승경쟁을 펼친 안선주는 2009년 KB국민은행 스타 투어 2차대회 이후 13년 10개월만에 KLPGA 투어 우승을 노렸다.
4위는 1, 2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렸던 송가은(-10)이 차지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