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발언을 뱉은 박용우와 이규성, 이명재(울산현대)이 나란히 1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1500만 원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6차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박용우, 이명재, 이규성, 정승현, 팀 매니저 총 5명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다. K리그 역사상 인종차별 문제로 상벌위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벌위 결과는 1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이다. 연맹은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에게는 출장정지 1경기와 제재금 1500만 원이 각각 부과됐다. 해당 대화에 참여했으나 인종차별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정승현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울산 구단에는 팀 매니저의 행위와 선수단에 대한 관리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0만 원의 징계를 부과했다"라고 발표했다.
연맹 상벌위원회는 "선수들이 특정 인종이나 개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피부색과 외모 등 인종적 특성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나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 역시 인종차별 내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징계 양정에 있어서는 차별적 인식이 내재된 표현을 SNS에 게시한 경우에 관한 해외 리그의 징계 사례들을 참고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맹은 향후 유사 사안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선수단 대상 교육과 인권의식 강화에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훨씬 가벼운 징계가 부과되면서 추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K리그 상벌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적 언동을 한 선수는 10경기 이상 출장정지와 1000만 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등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인종차별 사건은 지난 11일 이명재의 소셜 미디어에 남긴 댓글이 발단이 됐다. 당시 울산은 제주유나이티드를 5-1로 대파했고, 선발 출전해 활약한 이명재는 경기 후 소셜 미디어에 게시글을 올렸다. 여기에 팀 동료들이 댓글을 남기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몇몇 선수들의 이명재의 까무잡잡한 피부색을 동남아시아인에 빗대 놀린 것. 심지어는 과거 전북에서 뛰었던 태국 국가대표 수비수 사살락 하이프라콘의 실명까지 언급됐다.
이규성은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라는 댓글을 남겼고, 박용우는 "사살락 폼 미쳤다"라며 이명재를 사살락에 비유했다. 울산 팀 매니저 역시 "사살락 슈퍼태킁(슈퍼태클)"이라며 거들었다. 이명재도 "기가 막히네"라는 정승현의 칭찬에 "니 때문이야 아시아쿼터"라고 답했다.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 않은 정승현은 차치하더라도 박용우의 발언은 분명한 인종차별이다. 울산 구단과 박용우, 이규성 등은 빠르게 사과문을 작성하고 반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걷잡을 수 없었다. 이번 사건은 태국 내에서도 알려지며 큰 논란이 됐고, 사살락 역시 전북이 올린 인종차별 반대 게시글을 공유한 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난 내 자신이 언제나 자랑스럽다"라고 대응했다.
결국 이들은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 박용우와 이명재, 이규성 모두 울산의 핵심 선수이기에 출장정지가 더욱 뼈아프다. 그러나 중징계가 주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달리 1경기 출장정지에 그쳐 울산으로선 한숨 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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