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홀란(위 오른쪽)과 음바페(아래)
세월의 물결은 변화를 일으킨다. 한결같은 천고의 진리다. 물론, 모든 세상사에 통용되는 천리(天理)다. 스포츠계에서 회자되는 “영원한 절대 강자는 있을 수 없다”라는 철칙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진다.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는 당대를 풍미한 ‘축구 제왕’들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 축구계를 휩쓸며 군림한 ‘신계의 사나이들’이다. ‘쌍두마차 시대’는 끝이 없을 듯했다.
그러나 역시 그들도 인간이었다. 세월의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중천에서 눈부시게 빛나던 태양은 어느덧 석양으로 화하면서, ‘메날두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는 기운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둘이 차지하고 있던 중공(中空)의 자리엔, 누군가가 시나브로 대신해 들어서고 있다. 곧,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와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이다. 단순히 샛별로만 여겨지던 그 시절은 이미 훌쩍 지나 저편으로 사라졌다. “우리의 시대가 열렸다”라고 당당히 외칠 만큼 용솟음치는 기세를 뽐내는 둘이다.
음바페의 득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찌감치 메시와 호날두의 뒤를 이를 세계적 골잡이로 손꼽혔다. 프랑스 리그 1 올해의 선수 3연패(2020-2021~2022-2023시즌)를 비롯해 4회 선정과 득점왕 5연패(2018-2019-2022-2023시즌)가 여실히 입증한다.
그러나 홀란의 급부상은 충격적이다. 2022-2023시즌 적어도 유럽 축구계의 최대 화두는 ‘괴물’ 같은 존재감으로 다가온 홀란이었다. 진원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 나타난 충격파는 실로 엄청났다. EPL 역대 한 시즌 최다골(36)을 필두로 각종 득점 기록을 새로 작성하는 괴력을 한껏 발휘했다. 지난 시즌 유럽 5대 빅리그 최다 득점자의 영예도 움켜쥔 홀란이다.
음바페는 제자리걸음, 반면 홀란은 1,000만 유로 상승하며 선두 반분
메날두 시절에, 메시와 호날두 가운데 과연 누가 더 걸출한가는 호사가들의 단골 논쟁거리였다. 그만큼 둘의 실력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두 월드 스타의 비교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무척 난해한 문제였다.
이를 닮아서일까? “음바페와 홀란 중 누가 더 빼어난가” 하는 질문 역시 선뜻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지 않나 싶다. 2022-2023시즌이 개막되기 전만 해도, 어쩌면 쉬운 문제였다. 대부분 음바페의 손을 들어 주었을 듯하다. 그렇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지녔을 정도로 봤던 홀란이 지난 시즌에 일으킨 격랑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 시즌, 홀란은 음바페에 다소 앞서는 성적표를 받았다. 리그, 리그컵, 국제 클럽 대항전, A매치 등 모든 경기를 통틀어 홀란이 골 수확량에서 더 나았다. 홀란은 61경기에서 61골을 터뜨렸다. 당연히, 유럽 축구계에서 최고 결실을 올렸다. 이에 비해 음바페는 54경기에서 53골을 뽑아냈다. 경기당 평균 득점에서도, 홀란이 아주 근소하게 앞섰다(1골-0.98골).
그렇다면 선수 측정의 또 다른 척도라 할 만한 시장 가치에선, 누가 더 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격차가 없었다. 독일의 축구 이적 정보 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가 지난 20일(현지 일자) 발표한 시장 가치에서, 둘은 똑같이 1억 8,000만 유로(한화 약 2,548억 원)로 매겨졌다. 물론, 전 세계 축구계 공동 선두였다(표 참조).
겉모습은 이럴지라도, 실제는 홀란의 판정승이라 할 만했다. 홀란이 지난 시즌 대활약을 발판으로 1,000만 유로(약 142억 원)가 상승한 반면, 음바페는 변동 없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 3일, 홀란은 1억 7,000만 유로(약 2,407억 원)로, 음바페에 이은 2위였다.
음바페는 천하의 한 자리를 홀란에 나눠 줘야 했다. 한때 1년간(2018년 12월 17일~2019년 12월 19일) 2억 유로(2,832억 원)의 ‘귀하신 몸’으로 홀로 선두를 구가했던 음바페로선 자존심이 다소 상하지 않았을까 싶다. 음바페는 2022년 12월 23일부터 1억 8,000만 유로의 시장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돼 왔다.
지금부터다. 음바페와 홀란은 동일한 출발선 위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2023-2024시즌 개막은 이제 채 2개월도 남지 않았다. 둘이 다가오는 시즌에 어떤 몸놀림으로 경쟁을 펼칠지, 다음 시장 가치 발표 때 승자는 누가 될지 흥미롭기만 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