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가 너무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짐을 주고 싶지 않다."
손흥민(31, 토트넘)이 최근 주가가 폭등한 이강인(22, 마요르카)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한 말이다. 진심이 묻어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7위)은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75위)와 6월 A매치 2차전을 치러 1-1 무승부를 거뒀다.
비록 승리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2022-2023시즌 스페인 라리가에서 주가를 끌어올린 이강인이 '미친 활약'을 선보였다. 비록 A매치 데뷔골을 넣진 못했지만 개인기로 상대 선수들을 요리하는 상황이 여러 차례 나왔다. 아웃프런트 패스, 주발이 왼발이지만 매끄럽게 날린 오른발 슈팅 등으로 이강인은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전반 13분 왼쪽 측면에서 압박을 통해 상대 선수로부터 공을 빼앗은 이강인은 아크 정면 부근에 있는 조규성에게 기가 막힌 아웃프런트 패스를 내줬다. 조규성은 잠시 주춤한 뒤 슈팅을 날렸지만 허공을 갈랐다.
이강인이 직접 골문을 노렸다. 불과 몇분 뒤 박스 안 왼쪽에서 이강인은 상대 수비를 개인기로 벗겨낸 뒤 골대 오른쪽 모서리 쪽으로 슈팅을 날렸다. 왼발잡이인 이강인은 오른발로 위협적인 슈팅을 가져갔다. 그러나 주먹 하나 차이로 골대를 외면했다.
이강인의 존재가 또 돋보였다. 전반 28분 박스 바로 밖 가운데에서 이강인은 상대 선수 2명을 매끄러운 볼컨트롤로 돌려세운 뒤 왼발로 직접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골과 연이 닿지 않았다.
후반전에도 이강인은 번뜩였다. 후반 초반 오른쪽 측면을 휘저었다. 풀타임을 소화한 이강인은 자신이 왜 라리가 '핫가이'인지 증명했다. 더불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선택했던 파리 생제르맹(PSG)으로부터 러브콜을 왜 받고 있는지도 직접 보여줬다.
이강인의 이런 모습을 ‘유럽 무대 선배’이자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는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이강인의 활약을 묻는 질문에 진심 어린 답을 했다.
손흥민은 “강인이가 너무 잘해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짐을 주고 싶지 않다. 강인이가 언젠간 그 짐을 받아들여야 할 선수인 건 맞다. 그러나 그 짐을 받기엔 아직 너무 어린 선수다.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어릴 때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강인이는 진짜 재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선수다. 그의 재능을 보고 즐기셨으면 좋겠다. ‘잘해줬으면’이 아닌 매번 감탄하고 즐기셨으면 한다. 그러면 강인이는 언젠간 대한민국을 위해 큰일을 할 선수”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이날 '특급 활약'한 이강인의 소감은 들을 수 없었다. 앞서 페루전 때 언론 인터뷰에 응했던 그는 이번엔 양해를 부탁한다는 눈빛으로 "오늘만 쉴게요"라고 말하며 믹스트존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준비된 차량으로 간 이강인은 주변에서 환호를 보내던 팬들에게 손인사를 한 뒤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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