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을 선언하고 출범한 상황에서도 대한축구협회의 변화는 커보이지 않는다. 한준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사과가 대한축구협회의 현실을 다시 증명했다.
대한축구협회 한준희 부회장은 지난 20일 자신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원투펀치'에서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중국 원정 2연전에 대해 사과했다.
한준희 부회장은 "대한축구협회 임원진의 한 사람으로서 팬 여러분께 사과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결과를 떠나 K리그에서 주력으로 뛰는 선수들이 차례차례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것을 보고 이 경기로부터 우리가 얻을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회의감이 듦과 동시에 이렇게 경기가 흘러간 것에 대해서 진심 어린,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축구대표팀은 19일 중국 저장성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친선전에서 와일드카드가 포함돼 '완전체'로 나선 중국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2번째 맞대결서 0-1로 패했다.
황선홍호는 중국 현지 적응을 목표로 감독이 요청한 친선 2경기서 1승 1패를 거뒀다.
앞선 1차전에서 황선홍호는 후반 조영욱, 엄원상, 박재용, 정우영을 투입한 이후 편하게 3골을 넣으면서 완승을 거뒀다.
중국은 후반 18분 수하오양이 만회골을 터뜨려 무득점 패배를 면했다. 페널티지역 엔드라인을 벗어난 줄 알았던 공을 찬 것이 쇄도하던 수하오양의 머리에 걸렸다.
이날 경기는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으며 경기를 맡은 중국인 주심은 그대로 중국의 골로 인정해 큰 논란을 만들었다.
여기에 중국의 거친 플레이가 역시 문제였다. 멀티골을 터뜨린 엄원상(울산)은 중국 선수의 거친 수비로 인한 오른발 부상으로 후반 24분 다시 교체 아웃됐다. 그는 2차전 출전이 힘들다고 판단돼서 정밀 검사를 위해 귀국한 상태다.
또 엄원상과 함께 조영욱(서울), 고영준(포항)이 쓰러졌다. 지난 1차전에서는 엄원상이 인대를 다쳐 조기 귀국했고 2차전에서는 조영욱과 고영준이 부상으로 교체됐다.
20일 오후 5시 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황선홍 감독은 "여러 상황들이 있겠지만 부상 선수가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마음아프게 생각한다. 소속팀 관계자, 감독님들께 죄송하다. 선수들이 빨리 쾌차해 저희들과 같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준희 부회장도 사과했다.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선 갑작스런 사과다.
한준희 부회장은 지난 5월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새 이사진의 핵심이었다. 승부조작 징계를 받은 인물들을 포함한 축구인 100인에 대한 사면조치를 하겠다는 결정이 여론의 비판을 받자 부회장단과 이사진의 사퇴로 생긴 공백을 새로운 부회장단과 이사진으로 꾸리며 한 부회장이 포함됐다.
예상외의 인사였다. 특히 한준희 부회장은 홍보 담당이다. 상근 부회장은 아니었지만 선수 출신이 아닌 축구계에 잘 알려진 인물로 선택 받았다.
따라서 이번 사과는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의 비난을 대신 받아내는 역할로 풀이할 수 있다. 무리한 판단일 수 있겠지만 평소에 하지 않았던 KFA의 행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부회장이 밝힌 의도와는 다를 수 있지만 문제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또 공식적인 발표는 여전히 없는 모습이다. 지난 부회장단과 이사진이 사퇴할 당시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가 이어졌다. 한국 체육계에서 가장 큰 단체인 대한축구협회에 걸맞지 않는 행보였다. 협회의 공식 발표가 아닌 개인적으로 사퇴를 밝히면서 협회 명예가 더 땅에 떨어졌다.
한준희 부회장의 사과도 대한축구협회의 공식적인 채널이나 발표가 아닌 개인의 발표였다. 부회장으로 임명된 후 책임감을 갖고 이야기한 발언이겠지만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라면 여전히 대한축구협회는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