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김민재(27, 나폴리)가 빠졌지만, 빈자리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다른 유럽파 박지수(29, 포르티모넨세)가 만점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6월 A매치 평가전에서 엘살바도르와 1-1로 비겼다. 후반 4분 황의조가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후반 42분 엘살바도르 알렉스 롤단이 프리킥 기회에서 동점골을 기록하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이로써 클린스만호의 첫 승 사냥은 또 한 번 다음으로 미뤄졌다. 한국은 3월 A매치 2연전에서 콜롬비아와 2-2로 비겼고, 우루과이에 1-2로 패했다. 한국은 이번 6월 A매치에서만큼은 꼭 승리를 신고하겠다는 각오였지만, 지난 16일 페루전 패배(0-1)에 이어 엘살바도르를 상대로도 실점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체적으로 답답한 경기였다. 한국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엘살바도르를 위협했지만, 실속이 부족했다. 이강인의 화려한 드리블과 황희찬의 저돌적인 돌파, 설영우·김진수까지 가세한 적극적인 측면 공격도 모두 결정적 기회로 이어지지 않았다.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제치더라도 간결한 패스 플레이로 빈 공간을 공략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지 못했다.
페루와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1무 1패. 아쉬운 성적표지만, 분명 수확도 있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설영우와 박용우가 좋은 경기력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이강인이 대표팀의 미래가 아닌 현재로 우뚝 자리했다. 최전방 공격수 두 명을 사용하는 4-4-2 포메이션도 가능성을 내비쳤다.
무엇보다도 후방에서 수비를 지휘한 박지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사실 이번 2연전에서 가장 걱정을 모았던 포지션은 바로 중앙 수비였다. 그간 붙박이 센터백으로 뛰어온 김민재와 김영권이 각각 기초군사훈련과 부상으로 제외됐기 때문. 두 기둥이 빠진 한국 수비가 과연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겠냐는 의문이 이어졌다.
모두 기우였다. 박지수는 정승현과 함께 두 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을 펼쳤고, 기대를 뛰어넘는 철벽 수비를 펼쳤다. 그는 침착하게 수비진을 지휘하며 팀에 안정감을 더했다. 왼쪽 수비수 김진수가 마음 놓고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박지수가 넓은 지역을 커버해 준 덕분이다.
단단한 수비력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전진 패스도 인상 깊었다. 오른발잡이임에도 왼쪽 센터백으로 나선 박지수는 두 경기 내내 후방 빌드업의 핵심 역할을 맡았고, 좌우로 벌려주는 정확한 롱패스로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박지수는 때때로 빈 공간이 생기면 과감하게 전진하며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기도 했다. 맞대결 상대가 페루와 엘살바도르임을 고려하더라도 김민재를 연상케 하는 멋진 모습이었다. 오른발을 더 잘 쓰지만, 왼쪽에서도 100% 안정감을 발휘하는 모습은 김민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후 두 선수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이날 박지수는 90분간 패스 성공률 94%(87/93), 파이널 서드 투입 패스 9회, 롱패스 성공률 80%(4/5), 걷어내기 2회, 공 소유권 회복 5회, 지상 경합 승리 3회(3/6), 공중 경합 승리 2회(2/2) 등을 기록했다. 공수 양면에서 박수받아 마땅한 활약이었다.
이처럼 박지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부상 낙마의 아픔을 이겨내고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월드컵 출정식이었던 아이슬란드전에서 다치며 카타르에 가지 못했지만, 도전 의식을 불태우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그는 지난겨울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세로 이적한 뒤 단단한 수비를 자랑하며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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