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를 지원하지는 못할 망정 족쇄를 채웠다.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평가전에서 페루를 상대로 전반 11분 브라이언 레이나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것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면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지난 3월 열린 두 경기에서 1무 1패의 성적으로 첫 승을 거두지 못했던 클린스만은 6월 A매치 첫 대전인 이번 페루전도 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20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와 경기서 첫 승 사냥에 나선다.
이날 대표팀은 정확히 말해서는 1군과 2군의 사이에 가까웠다. 공수의 주축인 손흥민이 스포츠 탈장, 김민재가 훈련소 입소로 인해 빠지면서 새 얼굴들이 대거 나섰다. 여기에 핵심 볼란치 정우영과 풀백 김진수 등도 빠지면서 새로운 얼굴들이 기용됐다.
이기제, 박지수, 정승현, 안현범에 이어 원두재, 오현규 등 새 얼굴로 나선 클린스만호는 다소 아쉬운 경기력으로 보였다. 조직력도 조직력이지만 확실히 1군 선수들과 새 얼굴들의 차이가 나타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로테이션을 가동한 클린스만 감독은 다양한 전술적 실험에 나섰다. 특히 주목 받은 것은 대표팀의 차기 에이스 이강인의 오른쪽 측면 배치. 이재성과 스위칭을 하긴 했으나 이강인은 평소 클럽이나 대표팀에서 뛰지 않던 오른쪽에서 주로 뛰어야만 했다.
물론 역발 측면 공격수의 역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강인의 최대 장점인 왼발 킥이 오른쪽에서는 상대적으로 봉쇄됐다. 자연스럽게 이강인이 편하게 킥력을 보여줄 공간도 타이밍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상황서도 이강인은 번뜩이는 클래스를 보여줬다.
전반 7분 좁은 지역에서 저돌적인 드리블로 상대를 위협하며 파울을 이끌어냈고 전반 26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이재성을 정확히 찾아 완벽한 중장거리 패스를 날렸다. 곧이어 전반 28분에는 침투하는 오현규를 향해 완벼한 세기의 스루 패스를 넣어줬다. 비록 오현규의 슈팅이 정확하지 못했지만, 위협적인 장면이었다.
이강인은 직접 골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전반 34분 박스 앞 중앙에서 공을 잡은 황희찬이 몸으로 버텨낸 뒤 오른쪽 측면의 이강인에게 패스했고 이강인은 절묘한 궤적을 그리는 왼발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골키퍼 페드로 가예세가 막아냈다.
족쇄를 찬 상황서도 고군분투하던 이강인은 후반은 다시 편한 포지션인 왼쪽에서 뛰면서 더욱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장점인 킥력 뿐만 아니라 편하게 뛰면서 후반 28분 황희찬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예리한 헤더로 연결하기도 했다.
이날 이강인은 7번의 기회 창출과 슈팅 3회, 드리블 성공 3회를 기록하면서 종횡무진 맹활약했다. 족쇄를 찬 상황서도 팀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강인은 끝내 패배로 경기가 마무리되자 아쉽다는듯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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