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은 부임 후 3번째 경기를 앞두고 과제를 부여받았다. 손흥민(토트넘)이 없는 공격, 김민재(나폴리)-김영권(울산현대)이 빠진 수비, 새 그림을 그려야 할 중원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16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페루를 상대로 A매치 평가전을 치른다. 선수단은 지난 12일 부산 호텔롯데에 소집돼 12일과 13일, 14일은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15일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페루전은 클린스만 감독의 3번째 경기다. 지난 3월 소집 당시에는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의 색을 씻어내지 못한 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멤버로 명단을 꾸려 '클린스만 1호'라고 보기 어려운 팀으로 치렀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 데뷔전이었던 콜롬비아전에서 2-2 무승부, 두 번째 경기인 우루과이전에서 1-2로 패배하며 첫 승 기회를 놓쳤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지 3경기 만에 해결해야 할 숙제를 부여받았다. 바로 손흥민 없는 플랜B와 김영권, 김민재의 부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다.
지난 13일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 선수가 5월 29일 토트넘 리그 마지막 경기 후 영국에서 가벼운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았다. 회복 중에 있다"라며 손흥민의 수술 사실을 알렸다.
15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서 손흥민의 출전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은 클린스만 감독은 "벤치에 함께할 것이다. 매일 매일 상황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시즌이 종료된 직후보다 상황이 좋다. 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오늘, 내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며 손흥민이 우선은 벤치 멤버로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내일 김승규가 완장을 찰 것"이라며 손흥민의 주장 완장을 김승규(33, 알 샤밥)가 대신 차고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은 상황을 봐야 한다. 마음은 늘 함께하길 바라지만, 당연히 플랜B, C를 준비해야 한다"라며 "손흥민이 없어도 황희찬이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21-2022시즌 울버햄튼 원더러스 유니폼을 입은 황희찬은 해당 시즌 리그에서 5골을 기록하며 팬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비록 시즌 후반기 부진했지만, 2022-2023시즌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난 뒤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황희찬은 2022-2023시즌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4골 3도움의 기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클린스만은 "그는 3월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울버햄튼에서 오랜 시간 출전하지 못했지만, 좋은 모습 보였다"라며 황희찬에게 신뢰를 드러냈다.
황희찬 이외에도 손흥민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는 또 있다. 바로 2022-2023시즌 스페인 라리가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이강인이다.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 아래 지난 3월 공격 2선 '프리롤'을 수행했다. 중앙과 측면, 최전방까지 오가며 자유로운 역할을 맡았다.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윙, 세컨드 스트라이커와 때로는 최전방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2022-2023시즌에는 왼쪽 윙백으로도 소속팀 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만일 손흥민이 결장한다면 황희찬, 이강인이 손흥민의 역할을 할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언급한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오현규다.
지난 1월 셀틱으로 이적한 오현규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이적해 적응 시간이 충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7골을 기록하며 놀라운 득점력을 선보였다. 또한 오현규는 스코티시 프리미어십, 스코티시 리그컵, 스코티시 컵을 모두 들어 올리며 '도메스틱 트레블(국내 3관왕)'이라는 주목할 만한 업적을 세우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의 부재와 황희찬의 활약을 언급한 직후 "오현규는 셀틱에서 성장했다. 트레블을 이뤘다. 지난 3월에는 비록 오프사이드로 취소됐지만, 대표팀 경기에서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공격에서 손흥민의 공백을 지워야 하는 동안 수비도 김영권, 김민재의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
김영권과 김민재는 대표팀의 주전 센터백으로 그간 호흡을 맞춰 함께 골문을 지켜왔다. 그런데 현재 대표팀에는 이 둘이 없다.
김민재는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특례 혜택을 받고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됐다. 따라서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김민재는 15일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다.
주전 수비수 김영권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월드컵 멤버 조유민(27, 대전)은 무릎 부상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대표팀에는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박지수가 이름을 올렸고 정승현(29, 울산)도 발목 부상인 권경원을 대체해 포함됐다. 최근 FC 서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주성(23)도 새롭게 포함됐다.
독일 SG 디나모 드레스덴에서 뛰고 있는 박규현(22)도 처음으로 소집됐다. 주로 측면 수비수로 활약하는 박규현은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도 소화할 수 있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직후 발 빠르게 K리그 현장, 유럽 이곳저곳을 찾으며 확인한 수비수들을 김영권, 김민재 대신 기용해 이들의 부재를 대비할 좋은 기회다.
한편 중원도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월드컵 멤버였던 손준호, 정우영이 각자의 사정으로 대표팀과 함께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원에서도 새 판을 짜야 하는 클린스만이다. 손준호는 대표팀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현재 중국 구금 건으로 출전이 불가능하다.
기존 '벤투호' 멤버였던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이재성(마인츠), 이강인(마요르카) 역시 함께하는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중원 조합을 내세울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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