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의 사나이’일까, 아니면 ‘1라운드 절대 강세 팀’일까?
지난 15일(이하 현지 일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23-2024시즌 경기 일정이 발표됐다. 드리워진 장막이 걷히면서, 일찌감치 다가올 시즌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시즌 첫걸음이 될 각 팀의 개막전이 어떻게 짜였는지가 흥밋거리로 떠올랐다.
이날, EPL 사무국이 아울러 누리집 뉴스난에 관심이 쏟아질 만한 몇 개의 경기를 분석해 소개한 것도 이 점을 의식하지 않았나 싶다. 역대 개막전 성적을 집계한 통계를 바탕으로, 누가 혹은 어느 팀이 개막 무대를 수놓을지를 조명했다.
오는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펼쳐질 1라운드 10경기 가운데,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맞겨룰 첼시-리버풀전은 개막전 절대 강자의 격돌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적어도 통계상으론, 개막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꿔 온 양웅이 맞붙는 대회전이라서 그렇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개막전 연속 시즌 기록을 새로 써 가는 리버풀의 ‘특급 골잡이’ 모하메드 살라(31)와 역대 개막전 총합 최고 승률을 올린 첼시의 ‘맞짱’이라 할 수 있다.
‘개막전의 사나이’ 살라, 자신을 내쫓은 첼시를 희생양 삼아 기록을 경신할지 눈길 끌어
개막전에 관한 한 살라를 능가할 만한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으뜸의 골 사냥 솜씨를 뽐내 온 살라다. 살라는 두 개의 개막전 득점 최고 기록을 EPL 득점사(史)에 아로새겼다. 오죽했으면, EPL 사무국이 각 팀이 개막전에 가장 피해야 할 요주의 인물(Salah the No 1 player to avoid first up on Fixture Release Day)로 꼽았을까? 3회(2017-2018, 2018-2019, 2021-2022시즌)의 득점왕 등극은 어쩌면 당연한 결실이었다.
먼저, 연속 시즌 개막전 득점 기록이다. 놀랍게도 6시즌 연속 개막전에서 골맛을 봤다. 살라는 2017-2018~2022-2023시즌 잇달아 개막전 골을 ‘The Reds’(리버풀 애칭)의 품에 안겼다. 2017년, 리버풀에 둥지를 틀고 다시 EPL에 날아든 ‘대붕’다운 날갯짓이었다.
두 번째는 개막전 최다 득점 기록이다. 살라는 지금까지 여섯 번의 시즌 개막전을 치르며 모두 8골을 터뜨렸다. 물론 최다골이다. 단지, 이 기록을 다른 3명과 - 앨런 시어러, 프랭크 램파드, 웨인 루니 – 함께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표 참조).
살라가 다시 한번 자신의 기록을 늘려갈지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첼시는 희생양으로 전락을 거부한다. 첼시 또한 만만치 않게 개막전에서 내세울 만한 강점이 있다. 개막전에서만큼은 패배와 낯선 ‘The Blues’(첼시 애칭)다.
1992년 새 옷으로 갈아입고 EPL이 출범한 이래 지난 서른한 번의 시즌 1라운드에서, 첼시는 20승 6무를 거두는 동안 다섯 번만 졌다. 승률 64.5%로 으뜸이다. EPL 최고 명문으로 손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뿐이다.
EPL 사무국은 적어도 EPL에서 7시즌 이상 개막전을 치른 팀만을 대상으로 기록을 산출했다. 만일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클럽까지 포함할 경우엔, 노팅엄 포리스트가 최고 승률을 올렸다. 6회 EPL에 모습을 나타낸 노팅엄 포리스트는 4승 2패로 승률 66.7%를 기록했다.
개막전을 포함한 EPL 역대 총전적에선, 리버풀이 근소하게 앞선다. 두 팀은 62회 우열을 다퉜는데, 리버풀이 23승 18무 21패로 2승을 더 수확했다.
한편, 두 팀의 격돌은 살라의 한풀이로도 관심을 끈다. 2013-2014시즌 첼시에 몸담고 EPL에 데뷔했던 살라는 1년 뒤 이탈리아 세리에 A ACF 피오렌티나로 옮겼다가(임대) AS 로마 임대를 거쳐 이적하며 첼시와 결별한 바 있다.
살라가 한을 씻고 개막전 기록을 또다시 새로 쓸지, 첼시가 최고 승률 팀의 자존심을 곧추세울지 여러모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한판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