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요, 너무 좋죠.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챔프 중에서는 너무 좋아요."
해맑은 표정으로 '니코'를 잡은 소감을 전한 '쵸비' 정지훈을 보면서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돌입 이후 밴픽률 100%를 기록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서머 시즌 개막을 앞두고 13.10패치에서 가장 주목 받는 챔피언은 단연 '니코'다.
지난 2018년 12월 5일 출시된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142번째 챔피언 '니코'는 근접 챔프에 강한 마법사 챔프로 화제가 됐다. 2019시즌 '너프'라는 철퇴를 잇달아 당하면서 리그, 특히 미드 포지션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2023시즌 리워크 대상으로 예고됐고, 13.9패치로 리워크되면서 요주의 챔프로 존재감이 달라졌다. 강력한 라인전과 기동성 있는 로밍, 여기에 발군의 한타 밸류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미드 1티어로 자리매김했다. LPL에서 1티어 챔프가 된 '니코'를 LCK에서 레드 진영에서 1페이즈 필밴 카드로 만들었다.
1주차가 끝난 LCK에서도 26번 모두 '니코'가 밴되거나 픽되면서 밴픽률 100%를 기록한다. 특이한 점은 유일하게 밴이 풀린 경기가 지난 11일 젠지와 T1의 1라운드 경기였다. T1은 11일 젠지와 1라운드 경기 1세트에서 니코를 풀어줬고, 결국 상대인 젠지가 서머 시즌 처음으로 니코를 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2020년 7월 18일 이후 무려 1058일만에 리그에 미드 니코가 재등장하게 됐다.
밴 1페이즈에서 젠지가 크산테 아펠리오스 블리츠크랭크를 금지하자, T1은 바이 마오카이 유미 순서로 밴을 설정했다. 즉 니코가 밴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주저없이 젠지는 1픽으로 니코를 선택했고, T1은 드레이븐과 밀리오를 가져왔다. T1의 봇 라인 완성을 지켜본 젠지는 루시안-나미로 맞불을 놓았다.
두 번째 밴 페이즈에서 오공 사이온 그라가스 세주아니가 금지되면서 젠지는 카직스 나르로, T1은 잭스와 말파이트로 픽을 완성했다.
정지훈은 '니코'로 '카직스'로 변신하면서 T1의 전술에 혼란을 야기시켰다. 정글러 위치를 잘못 파악한 T1의 봇 듀오가 진짜 카직스를 잡았던 '피넛'에게 당하면서 움츠려들 수 밖에 없었다. 젠지 역시 '페이즈' 김수환의 루시안이 밀리는 형국을 이런 식으로 극복했다.
끝내 T1은 '쵸비' 정지훈의 니코와 '도란' 최현준의 나르가 합을 맞춘 한타를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앞선 경기까지 무조건 레드 사이드에서 밴으로 금지시켰던 니코를 풀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배성웅 T1 감독은 "니코 같은 경우에는 레드 진영에서 강제할 수 있는 밴이 되기는 한다. 상대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물론 했지만, 일단은 '쵸비' 정지훈의 솔로 랭크를 봤을 때 데이터 기록이 크게 없었다. 나눠 가질 챔피언의 손익 계산을 했을 때 상대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니코의 밴을 풀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배성웅 감독을 포함한 T1 선수단의 판단은 1-2 패배의 발단이 됐다. 패배의 아픔을 뒤로 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를 꾀하고자는 배성웅 감독의 노력이 이번 서머 시즌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