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은 역시 ‘왕별’이었다. 2022-2023시즌, 천하를 평정하며 ‘홀란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이번 시즌, 홀란은 ‘다섯 마리 토끼’를 포획했다. 그 누구라도 토를 달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포획량을 뽐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그리고 나아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득점 판도를 완벽하게 일신하며 득점왕을 휩쓸었다. 그뿐이랴. 맨체스터 시티의 주득점원답게, 팀이 트레블(UCL·EPL·FA컵)이라는 금자탑을 쌓는 데 일등 공신으로 맹활약했다. 그야말로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드는 포효였다.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축구계는 경악에 휩싸였다.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시즌 대미를 장식한 UCL 무대의 득점왕 역시 홀란(12골)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한결같이 UCL 득점사를 새롭게 써 가는 으뜸의 골잡이다운 풍모가 엿보이는 굵고 깊숙한 발자취를 남겼다.
홀란은 UCL 하늘에서 혁혁하게 빛난다. 15-20-30-25-35골을 터뜨리는 동안 최소 경기(12-14-20-25-27)와 최연소 기록(20년 126일-20년 231일-22년 47일-22년 236일-22년 272일)을 아울러 수놓았다.
홀란은 유럽 축구의 변방이랄 수 있는 조국 노르웨이에도 영광을 안겼다. 1997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수비수로 활약하며 첫 우승의 감격을 안은 스테이나르 페데르센 이래 여섯 번째 빅 이어를 들어 올린 노르웨이 출신 선수가 됐다.
또한, 홀란은 한 시즌에 EPL과 UCL에서 모두 득점왕에 등극한 네 번째 골잡이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이처럼 드문 대단한 기록을 세운 골게터는 1998-1999시즌 드와이트 요크, 2002-2003시즌 뤼트 판 니스텔로이, 2007-2008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뿐이었다. 묘하게도, 세 명 모두 맨체스터 시티의 ‘영원한 맞수’인 동향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둥지를 틀고 대기록을 작성했다.
득점왕 독식한 홀란, 경기력 총합한 페덱스 퍼포먼스 랭킹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앉아
2022-2023 시즌 UCL에서, 홀란이 더욱 돋보인 점은 골 생산 능력뿐만이 아니었다. 경기력을 종합 평가한 페덱스 퍼포먼스 랭킹에서도, 홀란은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어쩌면 ‘일과성 돌풍’이라고 애써 평가절하할 수 있는 일부 시각을 되받아치듯, 골만이 아닌 객관화한 수치인 경기력 총합에서도 으뜸임을 입증받았다.
페덱스 퍼포먼스 랭킹은 UCL 마당에 모습을 나타낸 전 선수가 각 경기에서 보인 데이터를 점수화해 전 경기 모두를 합쳐서 매긴 순위다. 각 데이터별로 가중치를 둔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집계한다. 예를 들면, 골은 15점이며 어시스트는 9점이다. GK는 페널티킥을 막아 내면 15점을, 클린 시트로 선방하면 12점을 각각 받는다. 60분을 출장하면 5점이다. 감점도 있다. 페널티킥을 실축하면 –6점이고, 퇴장과 경고는 각각 –5점과 –2점이다.
홀란은 574점을 받아 비교적 여유 있게 맨 윗자리에 앉았다. 이번 UCL 시즌에서, 홀란은 11경기에 출장해 845분을 소화하며 1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바 있다(표 참조). 공격 공헌도에서도 가장 눈부신 결실이었다.
2위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가 차지했다. 홀란과 36점 차인 538점을 획득했다. 12경기에서 975분을 뛰며 7골 6어시스트를 수확했다.
상위 5걸 가운데, 안드레 오나나(인터 밀란)만이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문지기였다. 오나나는 500점으로 4위에 자리했다. 오나나는 전 경기(13)를 무교체로 뛰며 8경기를 무실점으로 선방한 점이 포인트 양산에 큰 몫을 차지했다.
인터 밀란과 맞선 결승 대회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로드리 에르난데스(맨체스터 시티)는 3위(508점)에 올랐다. 역시 맨체스터 시티에서 한솥밥을 먹는 베르나르두 실바는 5위(445점)에 자리했다.
홀란은 2022-2023시즌 전 세계 축구의 최대 화두였다. 모든 축구팬을 경악케 한 홀란이 과연 2023-2024시즌 활화산처럼 불타오르는 ‘골 폭발’을 재현할지 지켜볼 만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