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생 최승빈(22, CJ)이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에 성공했다.
최승빈은 11일 경남 양산 에이원CC 남, 서코스(파71/7,138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66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총상금 15억 원, 우승상금 3억 원)에서 14언더파 270타(68-69-69-64)의 성적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PGA 선수권’은 1958년 6월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로 문을 열어 올해 66회를 맞았다. 총상금 15억 원은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리금융 챔피언십’과 함께 KPGA 코리안투어 최다 규모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크다. 제네시스 포인트 1,300포인트와 투어 시드 5년이 부여되고, 원할 경우 ‘KPGA 선수권대회’ 영구 참가 자격까지 얻을 수 있다.
11일의 최종라운드는 22살 동갑내기인 최승빈과 박준홍의 매치 플레이처럼 펼쳐졌다. 박준홍이 챔피언조에서, 최승빈이 바로 앞 조에서 플레이 해 한 무대에서 맞대결이 펼쳐지지는 않았지만 치고 받는 스코어 싸움은 매치 플레이 이상이었다.
두 선수는 모두 최종라운드에서 가장 빼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승자인 최승빈이 7타를, 1타차 준우승자인 박준홍이 6타를 줄였다. 1타의 차이는 연장 승부를 막은 결정적 원인이 됐다.
한 조 앞선 최승빈이 18번홀 1.5야드 버디로 14언더파를 만들어 놓고 박준홍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준홍도 파3 17번홀에서 2.4야드 버디를 성공시켜 14언더파 공동 선두가 돼 있었다.
여러 모로 박준홍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우승의 기운은 박준홍에게 있지 않았다. 드라이버 티샷이 오른쪽으로 살짝 밀리며 해저드 옆 벙커에 빠진 게 화근이었다. 두 번째 샷이 짧아 그린 앞 러프에 빠졌고 이어진 어프로치도 핀과 4.8야드나 떨어져 있었다. 박준홍은 파퍼트에 실패하며 생애 첫 우승 기회도 다음으로 돌렸다.
우승자인 최승빈은 “여러 레전드분들을 대회장에서 뵀는데, 그 분들 앞에서 우승을 한 게 실감이 안난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인 ‘KPGA 선수권대회’는 이번 대회 도중, 레전드들을 향한 예우 프로그램을 마련해 대회의 품격을 높였다.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최윤수(75)를 비롯해 이강선(74), 박남신(64), 신용진(58), 김종덕(62), 박노석(55, 케이엠제약) 등 한 때 KPGA를 주름 잡았던 레전드들이 출전했다. 6명의 선수들의 국내와 해외의 정규투어에서 우승한 횟수를 합하면 무려 71승이다. 이들의 참가는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에 걸맞았고 골프 팬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레전드들이 나선 만큼 뜻 깊은 기록들도 탄생했다.
먼저 최윤수가 8일 대회 1라운드에 출전하며 74세 8개월 17일의 나이로 본인이 세운 역대 KPGA 코리안투어 최고령 출전 기록을 경신했다. 최윤수는 지난 2021년 ‘제37회 신한동해오픈’에 72세 11개월 18일의 나이로 나서며 해당 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최윤수는 “후배 선수들의 높은 경기력을 보면서 아주 뿌듯하고 보람찬 이틀이었다. 내가 활동했던 때보다 샷의 거리도 멀리 나가고 쇼트게임 수준도 높다”며 “오랜만에 갤러리 앞에서 내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던 것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종덕은 9일 중간합계 이븐파 142타로 62세 5일의 나이로 컷통과에 성공해 역대 ‘KPGA 선수권대회’ 최고령 컷통과 기록을 만들어냈다. 자신이 지난해 대회서 61세 6일의 나이로 세운 기록을 1년만에 갈아 엎었다.
2라운드 종료 후 김종덕은 “2022년 ‘한국 시니어오픈 골프 선수권대회’ 우승으로 2주 뒤 ‘코오롱 한국오픈’에도 나선다”며 “1부투어 무대는 항상 나오고 싶다. 불러만 주면 대회에 나갈 것이다. KPGA에서도 이러한 기회를 자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KPGA는 11일 최종라운드에는 KPGA 고문단을 초대했다.
‘KPGA 선수권대회’ 최다 연속 우승(4연승, 1968~1971년), ‘KPGA 선수권대회’ 최다 우승(1960년, 1962년, 1964년, 1968년, 1969년, 1970년, 1971년), ‘1회 대회’가 열린 1958년부터 2007년 ‘50회 대회’까지 50년 연속 출전해 ‘KPGA 선수권대회’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을 갖고 잇는 한장상(83) 고문, KPGA와 에이원CC가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큰 힘을 실어준 문홍식(74) 고문을 비롯해 강영일(81) 고문, 이명하(66) 고문 등이 대회장으로 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또한 대회장인 에이원CC 내 광장에는 역대 우승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새긴 배너 65개를 설치하며 ‘KPGA 선수권대회’의 의미를 되짚었다.
KPGA 구자철 회장은 “이 분들은 한국프로골프의 ‘영웅’이다. 오랜 시간동안 KPGA를 잘 이끌어 주셨기에 KPGA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KPGA는 우리의 레전드 분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