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人] e스포츠 '빨강 머리 앤' 꿈꾸는 함예진 LCK 아나운서 ①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23.06.11 14: 04

“음, 그것도 언젠가 알아볼 일중에 하나이겠군요. 알아봐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 아녜요?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쁘게 느껴지거든요. 정말 재미있는 세상인거죠"(소설 '빨강 머리 앤')
"제 목표는 살아남는 거에요. 부족한 점은 채워야죠.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보고 싶아요. e스포츠에서 일가를 이루신 분들을 보면서 계속 배워나가고 있어요. 자리를 잡고 싶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꼭 e스포츠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어요."(함예진 아나운서)
'근성'이라고 해야 할까.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집필한 소설 '빨강 머리 앤'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조용하고 숫기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천상 그의 본 모습은 기존 이미지와는 달랐다. 

LCK 함예진 아나운서가 최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OSEN과 인터뷰를 진행했다.함예진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ej@osen.co.kr

오히려 “전 게임 말고는 다른 취미가 없어요. ‘집순이’라고 하죠. 집에 있으면 제가 접근하기 쉽고, 할 수 있는 건 바로 뭘까요. 게임이에요”라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LCK 아나운서 중 유일하게 내향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상상했던 반응과는 전혀 다른 톡톡튀는 말로 자신을 설명했다. 털털함에 재치까지 느껴지는 매력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마치 생동감 가득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소설 '빨강 머리 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지난 1월 5일 LCK에 합류한 함예진 아나운서는 서머 시즌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불태우고 있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스프링 시즌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여자 아나운서로는 쉽지 않은 예능까지 나서면서 망가지는 모습까지 망설이지 않고 보이면서 LOL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있었다. 
함예진은 지난 5월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OSEN과 만나 지난 ‘2023 LCK 스프링’ 시즌을 진행한 소감과 다가올 ‘2023 LCK 서머’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아울러 그의 학창시절과 취미 등 인간 함예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LCK 함예진 아나운서가 최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OSEN과 인터뷰를 진행했다.함예진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ej@osen.co.kr
— 스프링 시즌을 경험해 본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한 시즌 해본 소감은 ‘아쉽다’라는 한 단어로 말할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보셔서 아시겠지만,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아서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도 정말 많았어요. 인터뷰를 하는 아나운서의 역할이 선수들을 잘 이끌어 가는 자리여야 하는데, 제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쉽죠. 저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너무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전 제가 했던 방송들을 돌아보면 저 혼자만 이끌어가는 방송을 하거나, 대부분 원고를 읽는 식의 방송만 진행했어요. e스포츠, 즉 LCK 인터뷰는 티키타카가 필요하더라고요. 순발력도 당연히 있어야 하고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진행을 해야 하는데, 그 점이 너무 부족했어요. 
아쉬운 면도 있지만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게 많다고 생각해 저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기대를 좀 해봐요.”
— 뉴스캐스터라는 다소 생소한 직업을 하시고 계신데요. 뉴스 아나운서나 앵커로 이해하면 될까요? 어떤 직업인지 소개를 해주실 수 있으세요.
“뉴스 앵커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현장 소식을 전하는 리포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축제 현장에 가서 그 분위기를 묘사해 설명해 드리거나, 생동감 있게 표현해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LCK 함예진 아나운서가 최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OSEN과 인터뷰를 진행했다.함예진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ej@osen.co.kr
LCK 함예진 아나운서가 최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OSEN과 인터뷰를 진행했다.함예진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ej@osen.co.kr
— 스프링 시즌이 끝난 뒤 ‘클템’ 이현우 해설, ‘왜냐맨’ 장민철 해설과 함께 웹예능을 통해 LOL 실력을 만천하에 공개하셨는데요. 문득 예전에 미디어 그룹 인터뷰를 통해 ‘게임을 즐기시는 편’이라고 언급하셨던 내용이 기억납니다. 요즘에 어떤 식으로 게임을 좀 즐기시는지 궁금해요.
“많이 좋아하고, 당연히 해야죠. 지금은 완전 LOL만 하고 있어요. 한 가지 정정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예전 미디어 그룹 인터뷰에서 제가 ‘LOL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라고 나간적이 있는데요. 그 내용을 조금 바로잡고 싶어요. 쉬었다가 다시 하려고 하니 진입 장벽이 높아서 계속 하지는 못했어요. 물론 지금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 실력도 어느 정도 되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말 게임을 진짜 원래부터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 테일즈 러너부터 시작해서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겟엠프드 등 제 세대가 즐기는 게임들은 친구들이나 아니면 혼자서라도 많이 해왔어요.
대학생이 되고 나서 스무살, 스물 한살에는 PC방을 너무 자주 갔어요. 그래서 지금 살짝 후회도 되요. 그 시절에 LOL을 했더라면 스프링 시즌에 보여드렸던 미숙함은 없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고는 해요.”
— 하하 아마 그 당시에는 LCK 아나운서가 본업이 되실거라고 생각못하셨기 때문에 그러셨을 것 같아요.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아나운서님의 학창시절도 궁금한데요. 
“학창시절 전공을 이야기 드리면 항공과 출신이에요. (스튜어디스가 꿈이셨을것 같은데요.). 학교 생활을 하면서 승무원의 꿈이 사라졌는데요. 제 눈에는 다른 선후배들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 제가 과연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러면서 졸업 이후에는 증권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직장생활 중 회장님의 비서가 되기도 했죠. 직장생활을 돌아보면서 나의 직무는 무엇인지. 무얼 할 수 있을까의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방송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LCK 함예진 아나운서가 최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OSEN과 인터뷰를 진행했다.함예진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ej@osen.co.kr
— 그렇다면 앵커 쪽으로 접근하신건가요. 
“아니오. 저는 앵커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원래 관심있어야 하는 분야는 기상캐스터였어요. 앵커가 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었어요. 기상캐스터는 기회가 될 때마다 지원을 해오기도 했어요.  LCK 아나운서는 우연히 학원 추천 채용으로 제안을 받았어요. 앵커는 관심이 없었지만,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에 e스포츠는 관심이 있었어요. 딱딱하거나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빈 언니하고 (이)정현 아나운서과 같은 메이크업 숍을 다니기도 해서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LCK에 지원하게 된거에요. ‘아 힘들겠다’라고 생각했지만, 붙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봍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나네요.”
— 그렇다면 최근에 한 웹예능은 어떤 이유를 계기로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
“LCK에서 보여주는 제 이미지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AI 같다는 이미지 강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할 때 저 자신은 그렇게 재미없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처음 미팅을 할 때부터 웹예능에 대해 의지를 전하기도 했어요. 사실 초반에는 콘텐츠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LCK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나, 게임 실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이든 어떤 상황이든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이제 한 시즌을 했을 뿐인데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저를 위한’ 프로그램을 해주신다는게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다만 3회차로 정해져 있어서 그 3회 안에 제 자신을 다 보여드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기는 했어요.”
LCK 함예진 아나운서가 최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OSEN과 인터뷰를 진행했다.함예진 아나운서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ej@osen.co.kr
— 다시 이야기를 해보면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스프링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우선 시청자 분들이 LCK 팬 분들께 인정받고 자리를 잡고 싶어요.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떠날 사람이 아니에요. 물론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떠날 수 있기는 하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입니다. 엄청 잘 되기를 바라는 것 보다는 자리를 잡고 싶다는 열망이 더 크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드리고 싶어요. 열심히 해서 e스포츠에서 뿌리를 내리고 싶어요.”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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