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태권도 차세대 기대주 김유진(23, 울산광역시체육회)이 세계 상위 랭커들만 초청되는 그랑프리에서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유진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 태권도 그랑프리 1차 대회 첫 날 여자 -57kg급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준결승에서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상대로 라운드 점수 1대2로 역전패 당했다. 1회전부터 주특기인 오른발 머리 공격을 앞세워 4-0으로 순조롭게 1승을 따냈다. 2회전 상대 주먹에 이어 몸통 공격을 허용한 뒤 감점을 유도해 3대3 동점이 됐지만 아쉽게 우세패로 승부가 원점이 됐다.
3회전 날카롭게 상대를 압박하면서 빠른 오른발 머리 공격으로 선취점을 얻었다. 승기를 따내며 공격을 이어가던 중 한 방에 5점짜리 뒤후려차기를 허용해 순식간에 4-5로 역전을 허용했다. 종료 15초 남기고 4-8 더블스코어로 뒤지던 김유진은 악착같이 공세를 이어가 상대를 한계선 바깥으로 내몰았다. 감점 4개를 유도해 10-10 동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아쉽게도 ‘우세 평가’에서 졌다. 동점 시 회전기술, 머리, 몸통, 주먹, 감점을 집계해 승자를 가린다.
김유진은 동메달을 놓고 싸운 8강전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와 맞붙었다. 지난해 첫 그랑프리 데뷔무대인 맨체스터 그랑프리에서 승리를 빼앗은 이 체급 우리나라 간판인 모교 한체대 대선배 이아름(31, 고양시청) 2-0으로 압승을 거뒀다.
1회전은 김유진이 압도적이었다. 감점으로 선취점을 얻은 김유진은 계속 공격을 시도하는 이아름의 빈틈을 몸통 기술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결정적으로 오른발 머리 공격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으며 12대0 점수차승으로 1회전을 일찌감치 끝냈다.
이아름은 전세를 뒤집기 위해 2회전 더욱더 강하게 공격에 나섰다. 반면에 김유진은 차분했다. 마음 급한 이아름의 공격을 날카로운 몸통 기술로 연달아 득점을 빼앗으며 승기를 잡았다. 이아름은 마지막까지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김유진이 5대2로 승리하면 라운드점수 2-0으로 이겼다.
김유진은 16강전에서 이 체급 올림픽 랭킹 2위인 터키 일군 하티체 쿠브라를 2-1로 역전승했다. 1회전을 내준 김유진은 2회전과 3회전 공방 중 중요한 순간마다 머리 공격으로 승부해 승기를 잡았다.
김유진은 “지난 번 처음 출전한 그랑프리에서는 무릎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뛰어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메달을 따서 기분이 좋다. 준결승에서 집중력을 잃어 우세패로 진 것은 매우 아쉽다. 앞으로 더 날카롭게 기술을 갈고 닦아서 2차 대회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 앞으로 있을 여러 국제대회에 큰 경험이 된 대회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맨체스터 월드 그랑프리 데뷔전에서는 이아름에게 져 메달 획득에 실패한 김유진은 두 번째 도전 만에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182cm의 큰 신장에 중요한 순간 발 빠른 오른발 머리 공격을 앞세워 국제무대에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김유진의 활약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 태권도에 희망의 빛줄기이다. 올해 7월에 열릴 청두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또 앞으로 그랑프리에 계속 초청될 것으로 보여 국제대회에서 한층 성숙한 활약이 기대된다.
김유진은 서울체고 재학 당시 청소년 국가대표에 선발돼 2017 버나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 유일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올해 우시 그랜드슬램에서도 여자부 유일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여자 태권도 신생 실업팀인 울산광역시체육회에 입단해 활약 중이다.
이날 남자 -68kg급에 나선 진호준(수원시청)과 권도윤(한체대)은 모두 예선에서 탈락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최근 바쿠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딴 진호준은 예선 첫 경기서 크로아티아 마르코 골루빅에 라운드 점수 0-2(1-10, 2-3)로 졌다. 지난 세계선수권 우승자 권도윤은 16강에서 이 체급 랭킹 2위인 요르단 자이드 카림에 0-2(3-9, 9-12)로 패했다.
이날 여자 -57kg급은 올림픽 2연패 영국 제이드 존스(Jade JONES), 남자 80kg 초과급 영국 케이든 커닝햄이 우승해 영국이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 남자 -68kg급은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우즈베키스탄 울루그벡 라쉬토프가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대회 이틀 차인 10일에는 월드 태권도 챔피언 출신이 경쟁 중인 남자 -58kg급 장준(한국가스공사, 23)과 배준서(강화군청, 23), 여자 -67kg급 김잔디(삼성에스원, 28), 홍효림(강원체고, 18), 67kg 초과급 이다빈(서울시청, 27)이 출전한다. / 10bird@osen.co.kr
[사진] W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