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모예스(60)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감독이 오래 기다렸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경기장을 찾은 87세 아버지에게 우승 메달을 건네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웨스트햄은 8일(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포르투나 아레나에서 개최된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UECL) 결승전에서 피오렌티나를 2-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웨스트햄은 지난해 초대 챔피언 AS 로마에 이어 2대 챔피언을 차지했다.
짜릿한 극장승이었다. 웨스트햄은 후반 17분 사이드 벤라마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앞서 나갔지만, 5분 뒤 자코모 보나벤투라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경기 막판까지 균형은 깨지지 않았고, 승부는 연장전으로 돌입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후반 45분 역습 상황에서 재러드 보웬이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나간 뒤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영웅이 됐다.
무려 58년 만의 유럽대항전 우승이다. 웨스트햄은 지난 1965년 유로피언컵 위너스컵 우승 이후 처음으로 유럽 무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게다가 다음 시즌 UEFA 유로파리그(UEL) 출전 자격도 얻었다. 웨스트햄은 프리미어리그 14위에 그치고도 토너먼트에서 승승장구하며 UEL 무대를 밟게 됐다.
모예스 감독에게도 뜻깊은 우승이다. 20년 넘게 감독 생활을 이어온 그의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이기 때문. 그는 1999-2000시즌 프레스턴 노스 엔드를 이끌고 3부리그를 제패한 적은 있지만, 이후 단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모예스는 메이저 트로피를 따내기 위해 1097경기를 기다렸고, 마침내 이뤄냈다"라고 강조했다.
꿈을 이룬 모예스 감독은 소중한 우승 메달을 다른 사람 목에 걸어줬다. 바로 스코틀랜드에서 프라하까지 날아온 87세 아버지였다. 그는 아버지와 꽉 끌어안은 뒤 아버지 목에 메달을 건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듯 연신 모예스 감독 가슴을 두드리며 기뻐했다.
모예스는 흥겨운 춤사위를 선보이며 공약도 지켰다. 그는 올 시즌 초 만약 트로피를 획득한다면 루카스 파케타와 함께 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피치 위로 뛰쳐나가 선수들과 환호한 뒤 손을 들어 올리고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몸을 흔들었다.
아버지와도 감동을 나눈 모예스 감독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 '메트로'에 따르면 그는 경기 후 "아버지는 아직도 강하고, 여전히 경기장에 오고 싶어 한다. 정말 좋다. 가족들이 경기에 참석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순간이었다"라며 "감독으로서 이런 순간들을 그렇게 자주 오지 않는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예스 감독은 이번 승리가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냐는 물음에 "그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라며 동의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축하하고, 경기 막판에 승리하는 순간. 그런 순간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패배하는 쪽이 될 수도 있었지만, 오늘 밤은 정말 멋진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모예스 감독은 "만약 3년 전 내가 지휘봉을 잡았을 때 누군가 웨스트햄이 강등을 피하고 유럽 무대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말했다면, 나는 미친 소리라고 했을 것이다. 이번 대회는 우리에게 정말 대단했고, 우리 선수들은 정말 훌륭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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