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31, 산둥타이산)이 어려운 상황, 위르겐 클린스만(59)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기지를 발휘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5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축구국가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오는 16일 페루, 20일 엘살바도르와 맞붙을 대표팀 명단 23명이 공개됐다. 해당 명단에는 소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손준호가 이름을 올렸다.
손준호는 지난달 12일 중국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서 체포된 후 랴오닝성 공안 당국에 구금돼 있다. 손준호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금된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중국 측은 손준호가 승부조작 경기에 가담했으며 불법적인 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는 혐의로 손준호를 구금했다. 그가 지난 시즌 팀 동료 진징다오의 주도하에 4차례 승부 조작 경기에 나섰다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이를 두고 지난달 중국계 미국 매체 'NTD TV'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 당국이 잇따라 미국과 한국 시민들을 체포해 실형까지 선고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 치밀히 계산한 '인질 외교' 수법이라는 분석이 나왔다"라고 분석하기도 했지만, 정상회의가 끝나고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손준호를 붙잡아두고 있다.
KFA도 손놓고만 있지 않았다. KFA는 지난 1일 오전 전한진 경영본부장과 사내 변호사를 중국으로 파견, 현지 변호사와 중국축구협회 관계자 등을 만나 손준호 관련 사건의 정확한 사안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손준호의 정확한 혐의와 어떤 수사 절차를 밟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손준호의 6월 대표팀 소집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5일 KFA가 공개한 대표팀 소집 명단에는 손준호가 포함돼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상당히 마음이 아프다"라고 운을 뗀 뒤 "말씀하신 대로 협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손준호를 응원하고 지원하고 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지난 3월 콜롬비아, 우루과이를 상대로 그가 보여줬던 경기력은 훌륭했다. 그를 위해 기도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역할이다. 그가 알지 모르겠지만, 뒤에서 지속해서 도움을 주고 있다. 알아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어려운 시기에 손준호를 서포트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다"라며 이번 명단 발표를 통해 협회 차원에서 계속해서 손준호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적도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해당 기자회견에서 "손준호가 풀려난다 해도 정상 컨디션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 결정이 다른 선수의 자리를 뺏는 것은 아닌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다.
일리가 있는 질문이다. 올해 진행되는 모든 A매치는 오는 2024년 1월 열릴 카타르 아시안컵의 준비 과정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클린스만 감독은 "계속해서 손준호를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것이다"라면서 "명단 자체는 다음 주에도 바뀔 수 있다. K리그 경기는 주중과 주말에도 있으며 그사이에 부상 선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번에 발표된 명단이 100% 확정된 명단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소집 명단에 손준호를 포함하면서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명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라는 대답으로 경기에 앞서 언제든 손준호의 대체 발탁이 가능하다고 열어뒀다. 클린스만 감독의 노련함과 기지를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6월 A매치 소집 명단
FW : 황의조(서울), 조규성(전북), 오현규(셀틱)
MF : 손준호(산둥타이산), 홍현석(KAA 헨트), 원두재(울산),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이재성(마인츠), 박용우(울산), 이강인(마요르카),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나상호(서울)
DF : 박지수(포르티모넨세), 김주성(FC 서울), 권경원(감바오사카), 안현범(제주), 김진수(전북), 이기제(수원), 설영우(울산)
GK :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 현대), 송범근(쇼난벨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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