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신화를 쓴 '샤프' 김은중 감독이 선수들에게 물세례를 맞고도 눈시울을 붉혔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5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나이지리아를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9년 대회 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치열한 승부였다. 한국은 슈팅 숫자(22 대 4)와 점유율(46 대 32)에서 크게 밀렸지만, 짠물 수비로 나이지리아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이날 나이지리아가 기록한 유효슈팅은 단 3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한국 수비가 위협적인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결국 한국은 0-0으로 정규 시간을 마친 뒤 연장 승부에 돌입했고, 세트피스 한 방으로 승리를 따냈다. 연장 전반 5분 주장 이승원이 왼쪽에서 감아올린 코너킥을 최석현이 머리로 절묘하게 돌려놓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에콰도르전 결승골과 판박이였다. 이로써 이승원은 이번 대회에서 코너킥으로만 무려 4도움을 기록했고, 최석현은 머리로만 2골을 터트렸다.
경기 후 김은중 감독은 "양 팀 다 조심스럽게 경기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어려운 경기였다. 이 또한 이겨내 준 21명의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이 메어 잠깐 말을 멈추기도 했다.
이어 김은중 감독은 "준비한 부분도 많지만,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부분은 집중력 싸움이었다.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국의 힘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잘 버텨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김은중 감독에게 다가와 물을 뿌리며 기쁨을 만끽했지만, 그는 여전히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우리 팀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우려가 많았다. 우리 선수들에 대해 잘 몰랐다. 선수들도 많이 속상해했다. 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를 믿고 따라온 선수들에게 고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끝으로 김은중 감독은 "선수들이 주목받지 못하면서 가진 잠재력을 꺼내지도 못하고, 인정받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우리 코치진은 진심으로 대해줬다. 선수들이 잘 따라주면서 스스로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 같다. 정말 대단하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 미래가 될 것이다. 고맙고 대단하다"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제 다음 상대는 이탈리아다. 김은중호는 오는 9일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의 에스타디오 우니코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스타디움에서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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