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골의 미학이다. 빼어난 골잡이들의 몸놀림이 각광받으며 널리 회자하는 배경이다. 지구촌 축구팬들의 눈길을 끄는 무대에서, 자연스레 득점왕의 향방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맥락에서, 중반을 넘어 서서히 종반으로 접어드는 2023 아르헨티나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득점왕에 누가 등극하느냐가 이목을 모은다. U-20 월드컵 골든 부트 수상자는 월드 클래스 골게터로 성장하는 ‘보증수표’를 받았다고 여겨지는 데 따른 당연한 현상이다. 멀리 2005 네덜란드 대회 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6골)는 물론 가깝게는 2019 폴란드 대회 때 엘링 홀란(노르웨이·9골)처럼 골든 부트를 품에 안고 당대 세계 축구 마당을 주름잡은 골잡이로 비약한 사례가 웅변하는 바다.
그렇다면 이번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으며 득점왕 고지에 바짝 다가선 골잡이는 누구일까? 단연, 이탈리아의 4강행을 이끈 체사레 카사데이(20, 186cm, 인터 밀란-->첼시 이적-->레딩 임대)다. 그 배경엔, 아디다스 골든 부트를 노리는 카사레이가 역대 그 어떤 득점왕도 이루지 못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지 주목받는 ‘득점=필승’의 묘한 공식이 존재한다.
사실상 득점왕 예약 카사레이, 아무도 들어서지 못한 새 지평 열까?
8강 콜롬비아전(3일·이하 현지 일자)에서, 카사데이는 선제골을 터뜨리며 이탈리아의 4강행을 이끌었다. 전반 9분 만에 승기를 틀어잡는 선제 득점으로, 이탈리아의 3연속 4강 진출에 단단히 한몫했다.
이 한 골로, 카사데이는 득점 레이스 단독 선두(6골)를 지켰다. 한 걸음 차로 자신을 뒤쫓던 마르쿠스 레오나르두(브라질·5골)가 역시 준준결승 이스라엘전에서 한 골을 뽑아내긴 했어도,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브라질이 뜻밖에 이스라엘에 연장 접전 끝에 2-3으로 역전패하며 탈락함으로써, 추격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사데이의 득점왕 등극은 대관식만 남겨 둔 모양새다. 공동 3위(3골)와 세 걸음 차로, 팀 간 전력 차가 적은 4강전과 결승전 – 또는 3·4위전 –에서 뒤집기는 힘에 벅찰 듯싶다. 이마저도 케이드 코웰(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3명, 곧 알랑 비르지니우스(프랑스)-알레호 벨리스(아르헨티나)-토마스 앙헬(콜롬비아)은 이미 탈락의 고배를 마셔 더는 쫓아갈 힘을 잃었다.
이로써 카사데이가 골든 부트 수상보다는 새로운 지경을 밟을 수 있을지에 시선이 간다. 46년의 연륜이 쌓인 이 대회 역사에서, 카사데이가 아직 단 한 번도 세워진 적 없는 ‘우승-골든 부트-득점 경기 필승’ 기록의 신지평에 다다를 수 있을까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1977년 튀니지에서 월드 유스 챔피언십으로 발원한 뒤 2007년 캐나다에서 U-20 월드컵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 대회에서, 아무도 이르지 못한 꿈의 영역이다.
이번 대회에서, 카사데이가 골을 터뜨린 경기는 이탈리아 승리로 돌아갔다. 이탈리아가 승리한 4경기는 카사데이의 득점이 뒤따랐다. 카사데이가 유일하게 골을 잡아내지 못한 조별(D) 라운드 나이지리아전에서, 이탈리아는 0-2로 쓴잔을 마신 바 있다. 그 밖의 조별 라운드 브라질(2골)-도미니카(2골)전, 16강 잉글랜드전(1골), 8강 콜롬비아전(1골)에서, 카사데이의 득점은 승리로 이어졌다.
사실상 득점왕을 예약한 카사데이가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각각 골을 터뜨리며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다면, FIFA U-20 월드컵 역사에 새로운 자취를 수놓게 된다.
역대 FIFA U-20 월드컵에서, 우승과 함께 골든 부트를 품은 골잡이는 1979 일본 대회 때 라몬 디아스(아르헨티나·8골)를 비롯해 2011 콜롬비아 대회 때 엔리케 아우메이다(브라질·5골)까지 모두 7명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아무도 이 대기록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골든볼과 골든 부트를 아울러 쟁취한 헤오바니 시우바(1983 멕시코·브라질·6골), 하비에르 사비올라(2001 아르헨티나·아르헨티나·11골), 메시, 세르히오 아구에로(2007 캐나다·아르헨티나·6골), 도미니크 아디이아(2009 이집트·가나·8골), 아우메이다도 쌓지 못한 금자탑이다.
카사데이가 야망의 신지평을 열 첫걸음을 내디딜 한판은 오는 8일 펼쳐진다. 준결승전으로, 한국-나이지리아전 승자가 그 상대로 나선다. 무대는 에스타디오 우니코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일명 에스타디오 시우다드 데 라 플라타)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