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호가 '아시아의 자존심'을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2회 연속 4강 진출에 도전한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5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의 에스타디오 우니코 마드레 데 시우다데스에서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와 맞붙는다.
한국은 지난 2일 열린 대회 16강에서 에콰도르를 3-2로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한국 축구 통산 6번째 U-20 월드컵 8강 진출이자 최초의 2회 연속 8강 달성이다.
이제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은 아시아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일본과 이라크는 나란히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일찌감치 짐을 샀고, 우즈베키스탄은 16강에서 이스라엘에 0-1로 패하고 말았다. 김은중호가 아시아의 마지막 자존심인 셈이다.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다툴 상대는 나이지리아다. 나이지리아는 D조 3위로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이탈리아를 2-0으로 완파하는 등 2승 1패를 기록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16강전에서도 개최국 아르헨티나를 2-0으로 완파하며 이탈리아전 승리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아프리카의 강호'다운 모습이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U-20 네이션스컵 역대 최다 우승국(7회)으로서 전통적으로 청소년 대회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U-20 월드컵에서도 준우승을 두 번(1989년, 2005년)이나 기록한 바 있다.
김은중호로서는 나이지리아 특유의 피지컬과 빠른 발을 활용한 역습 한 방을 조심해야 한다. 나이지리아는 단단한 수비로 상대 공격을 막아내면서 뒷공간을 노리는 빠른 역습으로 결과를 내고 있다. 점유율에 집중하지 않고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모습은 한국과도 비슷하다.
다만 수비면에서는 나이지리아가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한국은 4경기에서 5골을 허용한 반면 나이지리아는 4경기에서 3실점했다. 그중에서도 2골은 16강 진출이 확정된 뒤 브라질과 최종전에서 내준 골이었고, 나머지 한 골은 페널티킥 실점이었다.
한국으로서는 그동안 재미를 봤던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로 나이지리아 수비에 균열을 내야 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트피스로만 3골을 터트렸다. 프랑스전과 온두라스전에서는 각각 이영준과 박승호가, 에콰도르전에서는 최석현이 코너킥에서 헤더로 득점했다. 이번에도 주장 이승원이 동료들 머리에 날카로운 킥 한 방을 배달해 준다면 승리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국과 나이지리아 U-20 대표팀 상대 전적은 2승 2패로 팽팽하다. 월드컵에서는 두 차례 만나 1승 1패를 기록 중이다. 2005년에는 한국이 2-1로 승리했고, 2013년에는 0-1로 졌다.
서로 내세울 점은 있다. 한국은 앞서 16강전을 치렀던 에스타디오 우니코 마드레 데 시우다데스에서 다시 경기하기에 장소 이동도 없었다. 나이지리아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장소다. 하지만 나이지리아가 김은중호보다 하루 더 쉰 만큼, 체력적으로 회복할 시간은 더 많았다.
김은중 감독도 총력전을 예고했다. 그는 에콰도르전 승리 후 "그다음은 없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나이지리아에 맞춰야 한다. 나이지리아가 우리보다 하루 더 쉬었다. 회복에 중점을 두려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꺾고 4강에 오른다면, 준결승 상대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4일 콜롬비아를 3-1로 가볍게 제압하고 4강에 먼저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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