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간 여인이 친정 나들이를 하면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그 집 며느리가 보기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더 얄미운, 말리는 시누이’가 된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혜진(24, 롯데)이 친정 나들이를 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친정집의 터줏대감들을 머쓱하게 했다.
최혜진이 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파72/6,725야드)에서 막을 내린 ‘롯데 오픈’(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 4,400만 원)에서 빼어난 경기력으로 우승컵을 안아버렸다.
2020년 11월 SK텔레콤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2년 7개월만에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들어올린 롯데월드타워 우승컵이다. KLPGA 투어 통산 9번째 우승이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올린 2승까지 합치면 11번째다.
롯데골프단 소속인 최혜진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꽤나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대회 2주전에 귀국해 시차를 극복했고,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직전 대회인 ‘E1 채리티 오픈’에도 출전했다. 여기서는 7위를 했다.
‘롯데 오픈’은 원래 2020년까지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이라는 이름으로 10년 동안 제주에서 열리던 대회였다. 2021년부터 ‘롯데 오픈’으로 대회명을 바꾸고 대회장도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베어즈베스트 청라로 옮겼다. 후원사는 롯데칠성음료에서 롯데로 달라졌다.
단순히 이름과 대회장소를 바꾼 게 아니라는 얘기다. 롯데 그룹 차원에서 밀어주는 대회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3라운드 경기가 열린 3일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기장을 찾아, ‘롯데 플레저 홀’고 꾸민 17번홀에서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김효주(28), 이소영(26), 최혜진, 황유민(20) 등 ‘롯데 골프단’ 소속 4인의 선수가 모두 출전했고, 그 중 누구 하나는 우승을 했어야 할 대회였다.
경기 자체는 크게 짜릿한 순간은 없었다.
4일의 최종라운드 출발선에 선 최혜진의 스코어가 3타차 단독 선두(-15)였기 때문이다. 최혜진의 컨디션과 타수차를 감안하면 최종일의 경기내용이 순위를 뒤바꾸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실제로 최혜진은 4라운드에서 보기 4개, 버디 3개를 적어내 1타를 잃었다. 특히 후반 나인에서는 버디 없이 보기 2개만 기록했다. 보통은 이 정도면 피를 마르게 하는 우승 다툼이 벌어져야 한다.
그러나 2위로 마무리한 정윤지도 버디 2개, 보기 2개로 이렇다할 공격을 퍼붓지 못했다.
최혜진의 친정 나들이는 그렇게 철저하게 시집간 여인이 에너지를 얻어가는 여정으로 끝이 났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6타(69-66-66-73)의 성적표였다. 최혜진의 스폰서 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혜진은 우승 확정 후 인터뷰에서 “스폰서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기쁨을 넘어 행복하다. 지난 주 대회에 출전하면서 감을 잡아왔고, 이번 대회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내 방식대로 공격적이면서 확실하게 공략하고자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LPGA 투어에 돌아가서도 남은 일정에서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어 간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