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더반에서 치러진 2023 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20년 만에 최고 성적을 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탁구국가대표팀이 3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한민국 탁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 남자복식에서 장우진(미래에셋증권)-임종훈(한국거래소) 조가 은메달, 이상수-조대성 조(삼성생명) 조가 동메달을 따냈고, 여자복식에서 전지희(미래에셋증권)-신유빈(대한항공) 조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우진-임종훈 조는 2021년 휴스턴 대회에 이어 남자탁구 세계대회 도전사 최초로 2회 연속 개인전 결승에 진출하는 역사를 만들었고, 전지희-신유빈 조는 1987년 뉴델리 대회 양영자-현정화 조(금메달) 이후 36년 만에 여자복식 결승에 진출하는 기록을 썼다.
특히 여자복식 전지희-신유빈 조는 4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의 순잉샤-왕만위 조를 3대 0으로 완파하며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 이어진 결승에서 다시 한 번 중국의 강자들과 대결한 전지희-신유빈 조는 첸멍-왕이디 조에게 석패하고 준우승했지만, 한국 여자탁구가 걸어온 오랜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맹활약으로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한국탁구가 개인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 3개 이상을 따낸 것은 2003년 남자단식 은메달(주세혁), 남자복식 동메달(김택수-오상은), 여자복식 동메달(이은실-석은미) 등 3개의 메달을 수확했던 파리 대회 이후 20년 만이다. 이번 대회 주세혁 남자대표팀 감독이 바로 당시 남자단식 은메달리스트였다.
탁구계 안팎에서는 이번 대회 선전의 바탕에 대해 ‘무한경쟁 시스템 대표팀 선발·운영’, ‘지도자 경력 일천한 주세혁, 일본에서 활동했던 오광헌 남녀감독을 선임하는 등 성역 없는 인재 등용’, ‘프로리그 출범으로 인한 꾸준한 실전감각’ 등등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복식의 선전에 가렸으나 올림픽 종목 단식과 혼합복식에서 전반적인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긴 것도 사실이었다. 단식은 남자 장우진, 임종훈, 여자 서효원(한국마사회), 신유빈의 16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전략종목으로 삼았던 혼합복식은 임종훈-신유빈 조가 8강, 조대성-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 조는 16강에 머물렀다. 개인단식에서 전원이 8강권 진입에 실패한 것은 한국탁구 현실에 대한 보다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공항에서 간소하게 진행한 환영식에서 선수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성원에 보답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이번 대회가 9월의 평창 아시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나아가 내년 부산 세계선수권까지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믿는다. 이번 대회를 통해 끌어올린 자신감을 단식과 혼합복식 등 다른 종목에서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선수들 또한 장거리 비행의 피곤함도 잊은 채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향후 또 다른 도전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더반에서의 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귀국한 국가대표팀은 이제 9월의 아시아선수권대회와 항저우아시안게임 체제로 재편해 다시 강화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남자 오준성(미래에셋증권), 박강현(한국수자원공사), 여자 양하은(포스코인터내셔널), 이은혜(대한항공)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가세한다.
한편 이번 대회는 내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직전 대회로서 한국탁구계의 관심을 모은 무대이기도 했다. 유승민 회장은 폐회식에서 세계대회 개최국들이 번갈아 보관하는 ‘이집트컵’을 전달받았다. 2019년 부다페스트에서도 받았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전을 치르지 못하고 반납해야 했던 이집트컵은 다시 한 번 한국에 머물며 부산대회의 성공을 기원한다.
2024년 2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다. 남녀 각 40개국 2,000여 명의 선수와 관계자들이 참가하며, 2024 파리올림픽 티켓 16장(남녀 각 8장)이 걸려있는 최고 권위의 국제탁구대회다. 더반으로 쏠렸던 전 세계 탁구인들의 시선은 이제 부산을 향하고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