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22, 셀틱)가 셀틱 입단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오현규는 27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셀틱 파크에서 열린 에버딘과 2022-2023시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최종 38라운드에서 2골을 기록하며 셀틱의 5-0 승리에 힘을 보탰다.
벤치에 앉아 있던 오현규는 팀이 2-0으로 앞서던 후반 5분 ‘부상’ 후루하시 교고 대신 투입됐다.
그의 첫 번째 골은 한 골 더 달아나 3-0이던 후반 37분에 터졌다. 왼쪽에서 올라오는 공에 머리를 갖다 대 ‘환상 헤더골’을 뽑아냈다. 공은 골키퍼가 알아도 막기 쉽지 않은 골대 깊숙한 측면에 꽂혔다. 수비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오현규의 위치 선정이 좋았기에 나온 골이었다.
후반 45분 오현규는 멀티골을 완성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조타의 직접 슈팅이 골대 맞고 튕기자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앞서 34라운드 때 리그 조기 우승을 확정한 셀틱은 이날 최종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승점 99(32승 3무 3패)로 리그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애버딘은 3위(승점 57, 18승 3무 17패)로 시즌을 끝냈다.
오현규는 이번 시즌 리그 16경기에 출전해 6골을 기록했다. 스코티시컵(FA컵) 3경기에 출전해 1골을 넣은 것까지 포함하면 공식전 7골을 기록 중이다. 리그컵 1경기에선 골맛을 보지 못했다.
이날 경기 후 오현규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한국에 계신 많은 팬분들께서 보내준 응원 덕분에 골과 우승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다. 감사드리고 정말 행복하다”면서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인 컵 결승전 또한 응원 부탁드리고 좋은 소식 자주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리그와 리그컵을 들어올리며 이적 첫 시즌 ‘2관왕’을 달성한 오현규는 3관왕을 향해 달려간다. 셀틱은 내달 4일 셀틱 파크에서 인버네스 CT와 스코티시컵 결승을 치른다.
올해 입단 초 소망했던 바를 이루고, 자신의 강점을 증명한 오현규다.
셀틱은 올해 1월 K리그 수원삼성에서 뛰던 오현규를 영입했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구체적인 계약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셀틱은 이적료 최대 300만 유로(약 40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오현규는 K리그 36경기에 출전해 팀 내 최다 득점(13골)을 터트려 단숨에 수원삼성에 없어선 안될 존재로 급부상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눈에 들어 ‘예비 멤버’로 2022카타르월드컵도 다녀왔다.
그런 오현규를 알아본 셀틱은 끈질기게 구애했다. 셀틱은 4∼5차례 오현규에게 러브콜을 보내 기어코 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월 셀틱 입단 기자회견에서 오현규는 “많은 골로 보답하고 싶다”면서 “인상 깊고 잊지 못할 데뷔를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셀틱은 주도적으로 경기를 하는 팀이다. 저는 박스 안에서 누구보다 강할 수 있다. 좋은 위치 선정에 따른 득점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주로 리그에서 ‘조커’로 등장하며 득점 소식을 자주 들려준 오현규는 특히 이날 멀티골로 ‘인상 깊은 셀틱 데뷔 시즌’ 화룡점정을 찍었다. 또 수비가 제대로 마크하지 못할 정도로 문전에서 뛰어난 위치 선정을 보여준 그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지켰다.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눈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는 오현규의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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