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남자복식 이상수-조대성 조가 ‘디펜딩챔피언’을 꺾고 2023 세계탁구선수권 4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남자복식 2개조, 여자복식 1개조까지 최소 3개의 메달을 확보했다.
이상수-조대성은 2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DICC)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복식 8강에서 스웨덴의 크리스티안 카를손-마티아스 팔크 조를 3대 1(11-8 11-6 8-11 11-9)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스웨덴 조는 미국 휴스턴 대회에서 한국의 장우진-임종훈 조를 꺾고 남자복식 금메달을 목에 건 강자들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의 이상수-조대성 조에게 가로막혔다. 세계선수권에서는 3-4위전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이상수-조대성 조는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초반부터 엎치락뒤치락 접전이 펼쳐졌다. 1-3으로 뒤지던 한국이 4연속 득점으로 달아나자 스웨덴이 다시 두 점을 추가하며 5-5 동점이 됐다. 6-6에서 한 점을 내준 이상수-조대성은 또 한 번 4연속 득점으로 게임포인트에 다다랐고, 한 점을 추가해 첫 게임을 따냈다. 이어진 2게임에선 5-2로 앞서다 5-5 추격을 당했지만, 이번에도 4점을 내리 따내며 격차를 벌린 뒤 게임을 가져왔다.
1~2게임을 따낸 이상수-조대성은 3게임 중반 7-4로 앞서며 4강 고지까지 불과 4점만 남겨뒀다. 하지만 디펜딩 챔프 조가 5연속 득점으로 맹추격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다시 두 점을 따라붙어 9-9를 만들었지만 2점을 더 허용하며 세 번째 게임을 내줬다.
흐름을 내준 이상수-조대성은 4게임 초반 1-5로 크게 뒤졌다. 하지만 이상수가 날카로운 백핸드로 두 점을 가져왔고, 상대의 네트 범실과 조대성의 빠른 공격이 성공하는 등 6-6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이상수가 4구째 기습적인 백핸드로 역전을 성공시켰고, 흔들린 상대의 수비가 볼을 아웃시키며 8-6 역전이 됐다. 핀치에 몰린 스웨덴의 막판 추격으로 9-9 동점이 됐지만, 이번에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이상수는 경기 후 “휴스턴 대회에서 1위를 했던 선수들이어서 준비를 철저히 했다”며 “못 이길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대성은 안재현과 조를 이뤄 참가했던 지난 대회 16강전 패배를 설욕했다. 그는 “휴스턴 때 패배를 설욕한 게 기쁘고, (세계선수권 개인전) 첫 메달이기 때문에 기쁘다”고 말했다.
고비 상황에 대해 이상수는 “3게임 때 끝내야 할 상황에서 흐름 뺏긴 게 4게임(초반)까지 이어졌다”며 “소극적으로 한 것 같아서 ‘어차피 붙어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는데 중반쯤에 공이 잘 들어가고 여러 가지 작전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조대성은 “(4게임) 1-5로 지고 있을 때는 다음 게임에서 승부를 해보려고 못해본 기술들 하다 보니까 운이 좋게 몇 개 들어갔다”며 “상대도 긴장하면서 점수가 올라가다 보니 마지막에 저희가 승부하면 유리하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상수-조대성이 4강에 진출하면서 앞선 장우진-임종훈 조에 이어 한국은 남자복식에 두 팀이 4강에 올랐다. 여자복식 전지희-신유빈까지 총 3개조가 메달을 확보했다.
장우진-임종훈은 에체키 난도르-슈디 아담(헝가리)을 3대 0(11-4 12-10 11-7)으로 완파하고 4강에 진출했고, 전지희-신유빈은 여자복식 8강에서 베르나데트 소츠(루마니아)-소피아 폴카노바(오스트리아)를 3대 0(11-9 15-13 11-4)으로 완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2011년 여자복식 김경아-박미영 조의 동메달 이후 12년 만의 여자복식 메달이다.
또 남자복식 두 팀이 4강에서 승리한다면 결승에서 집안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이상수는 “(한국의) 모든 분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며 “그러려면 저희가 중국 조를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수-조대성의 다음 상대는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판젠동-왕추친 조다. 이상수는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좋은 선수들인 건 확실하다”라면서도 “단식보다는 복식에서 저희가 승부를 걸 수 있을 것 같고, 충분히 돌파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대성도 “(상대가) 강한 선수들이지만 근 1년간 아직 무패다. 이번에도 연승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복식 메달 3개를 확보한 한국 탁구가 단식에선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전멸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벽이 높았다.
한국 남녀 최고 랭킹인 임종훈(26·세계랭킹 11위)과 신유빈(19·세계랭킹 26위)은 만리장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임종훈은 25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DICC)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16강에서 중국의 마롱(세계랭킹 3위)에 0대 4(7-11 5-11 3-11 6-11)로 완패했다.
최초의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2연패 등 세계 탁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마롱은 이날도 압도적이었다. 임종훈은 1-1부터 5-5까지 5번의 동점 상황을 만들며 기죽지 않는 플레이를 보였지만, 마롱이 점차 격차를 벌렸고 어느덧 11-7로 첫 게임을 내줬다.
2게임에선 2-6으로 끌려가다 마롱의 수비가 높이 뜨며 아웃되고, 네트에 걸리는 등 5-6까지 좁혔다. 하지만 마롱은 5연속 득점으로 순식간에 달아나며 두 번째 게임도 잡았다. 3게임에서도 3-3 상황에서 마롱이 8연속 득점을 냈다. 4게임도 3-3에서 마롱이 점수 차를 벌리며 승리를 가져갔다.
임종훈은 경기 후 “확실히 큰 대회에서는 (중국선수들이) 노련하게 경기 운영해서 점수가 쉽게 안 좁혀졌다”며 “아쉽게도 아니었다. 경기가 너무 안 풀렸지만 그만큼 상대가 잘했다는 뜻이고, 존중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가 다 되는 선수였다. 비등하게 갈 만하면 수비에서 벽처럼 잘 받아서 제가 힘이 더 들어가게 됐고, 공격력이 좋다 보니 제가 수비를 해야 할 때는 부담이 많이 갔다”며 “상대방을 리스펙트(존중)하고 마롱 선수처럼 수비적인 부분을 좀 더 보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유빈도 앞선 여자단식 16강 경기에서 중국의 쑨잉사에 0대 4(6-11 8-11 8-11 5-11)로 완패했다. 신유빈은 경기 중 쑨잉사와 좋은 랠리를 보이며 점수를 따내는 등 좋은 모습도 보였지만 승리를 가져오진 못했다.
신유빈은 “세계랭킹 1위 선수와 경기 할 수 있어서 좋았고 그만큼 부족한 점이 많이 드러났다”며 “연습할 때 보완해야 할 점을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지난 대회 손목 부상으로 64강에서 패하며 여자단식을 마무리했던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16강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경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공을 다룰 줄 아는 컨트롤과 섬세함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좀 더 보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 맏언니 서효원(36·세계랭킹 108위)은 이날 여자단식 16강에서 일본의 하야타 히나(세계랭킹 10위)에 0대 4(5-11 9-11 6-11 8-11)로 패했다. 지난 대회에서 여자단식 8강에 오르며 한국 대표팀 남녀 단식 최고성적을 냈던 서효원은 하야타를 상대로 2게임과 4게임에서 접전을 펼쳤으나 역전은 어려웠다. 앞서 전지희도 32강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19위)에 패했고, 이시온이 64강에서 중국의 첸싱통(5위)에 막혔다.
장우진(28·세계랭킹 13위)은 남자단식 16강에서 세계랭킹 180위 선수에게 앤더스 린드(덴마크)에게 1대 4(7-11 11-7 9-11 5-11 6-11)로 발목을 잡히며 탈락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