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잡기 원하면 치노 잡아".
스페인 '마르카'는 25일(한국시간) "마요르카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자신의 재계약 조건으로 이강인 등 선수들의 잔류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마요르카는 이번 시즌 12위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라리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강인과 아기레 감독 등의 지도력이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를 즐기기도 어렵게 이강인을 향한 인종 차별 사건이 터졌다. 심지어 당사자는 아기레 감독이었다.
아기레 감독은 지난 11일 팀 공식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이강인을 향한 인종 차별로 큰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강인의 슈팅이 골대 오른쪽으로 빗나가자 갑자기 "치노(Chino)"라고 외쳤다.
치노는 '중국인'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동양인을 낮잡아 지칭하는 인종차별적 단어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에서 살아온 이강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강인은 2년 전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에 출연해 "어디를 가든 중국인들이 많으니까 동양인에게 치노라고 한다"라며 인종차별 사례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치노"라는 외침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물론 제대로 못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꽤나 큰 외침이었기에 그 역시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강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훈련을 이어나갔다.
더 문제는 마요르카 구단 측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약 인종차별 발언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편집 과정에서 제거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들에게는 치노라는 말이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강인은 과거에도 아기레 감독에게 치노라고 불린 적 있다. 한 소셜 미디어 유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아기레 감독은 훈련 도중 그를 향해 "뭐해? 중국인, 뭐해?(¿Que Haces Chino? ¿Que Haces?)"라고 외쳤다.
마요르카 훈련장에서는 치노라는 단어가 익숙한 모양이다. 아기레 감독이 이번 시즌 마요르카의 경기 시간에 대한 불만을 표하면서 "한국에서 중계해서"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무의식적으로라도 인종 차별 표현을 알고 쓴 것. 아기레 감독이 이강인의 은사는 맞지만 그의 언행이 보여주는 의식의 부족함이 나타난 부분이다.
이런 아기레 감독은 정작 자신의 재계약 조건으로 이강인의 잔류를 요구하고 나섰다. 마르카는 "아기레 감독은 마요르카의 재계약 제안에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아기레 감독은 멕시코 리그서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는 잔류를 위해서 구단에게 일부 선수들의 거취를 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기레 감독은 구단에게 재계약을 위해 이강인을 잔류를 요구했다. 그는 구단이 이강인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재계약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평소 훈련 상황에서도 이강인을 인종 차별한 아기레 감독. 그가 정작 자신의 재계약 조건으로 이강인의 잔류를 요청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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