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최악의 선택이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대로 김민재를 영입하고 싶지 않을까.
토트넘은 오는 29일(한국시간) 영국 웨스트요크셔 주 리즈 엘런드 로드에서 열리는 리즈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최종 라운드 원정 경기에 나선다.
이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은 승점 57(17승 6무 14패)로 리그 8위에 머무르고 있다. 잔여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유로파리그 진출도 좌절됐다. 그나마 최종전 경기 결과에 따라 아스톤 빌라(승점 58)을 제치고 유로파 컨퍼런스 진출이 가능한 7위를 노릴 수는 있다.
토트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누가 뭐래도 수비. 공격력은 66골을 넣으면서 리그 6위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62실점으로 뒤에서 6등이다. 득실차가 +4라는 점이 보여줄 정도로 공격에서 벌어오면 그대로 수비진이 까먹었다.
윙백의 줄부상도 있었지만 중앙 수비수들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주전 멤버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은 에릭 다이어.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나오던 그지만 시즌 내내 부진한 수비력으로 큰 비판을 샀다.
실제로 축구 전문 통계 업체 '풋몹' 기준으로 다이어의 이번 시즌 평점은 6.75점에 불과하다. 이는 준 주전급 선수 14명 중 12위의 기록. 그보다 낮은 선수는 히샬리송(6.66점)과 골키퍼 휴고 요리스(6.62점)만이 유이하다. 말 그대로 최악의 활약을 펼친 것.
콘테의 무한 신뢰 속에서 스리백 시절 확고한 주전으로 나오던 다이어는 감독 경질과 동시에 외면받기 시작했다. 특히 라이언 메이슨 대행 체제에선 아예 주전에서 배제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그가 벤치로 바뀐 지난 6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서 토트넘은 1-0 승리를 거뒀다.
실제로 팰리스와 경기 전 기자 회견에서 ‘에릭 다이어 부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은 받은 라이언 메이슨 감독 대행은 "팀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 한 명을 지목진 않을 것이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하지만 정작 경기 당일에는 벤 데이비스, 클레망 랑글레, 크리스티안 로메로, 에메르송 로얄로 포백을 구성했던 토트넘은 무려 12경기 만에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큰 다이어의 영향력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 경기 직후부터 다이어는 사실상 주전 멤버서 제외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스리백이 아닌 포백에서 다이어는 더욱 설 자리가 없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나마 스리백에서는 스위퍼롤로 나올 수 있었으나 포백의 중앙 수비 두 자리로 뛰기엔 다이어의 부족한 수비력으로 인해서 절대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다이어는 해리 케인, 요리스와 마찬가지로 다음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 계약이 종료된다. 팀내 재계약 1순위 케인,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는 요리스와 마찬가지로 다이어 역시 다음 시즌 토트넘과 재계약을 체결하고 남을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하다.
앞서 영국 언론에서는 토트넘 구단이 다이어의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벤치 멤버로 추락한 이후로 그의 재계약 소식 역시 사라졌다. 최근에는 토트넘이 다이어와 재계약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기도 했다.
때마침 토트넘의 차기 사령탑 역시 변했다. 콘테 감독의 후임으로 마찬가지로 스리백을 선호하는 율리안 나겔스만 전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거론되던 상황에서 포백을 선호하는 아르녜 슬롯 페예노르트 감독이 1순위로 바뀐 상황이다.
토트넘은 조세 무리뉴 감독 시절부터 수비수 보강을 요청받았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결국 그 결과 주전 자리를 편하게 차지한 다이어에 계속 발목이 잡히면서 중요한 고비마다 무너졌던 것.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다이어가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받게 됐다.
주전 자리서 밀린 다이어는 리즈전에서는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까지 놓이게 됐다. 토트넘은 리즈전을 앞두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이어는 사타구니 수술을 받아 원정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프리 시즌 합류를 위해서 재활에 돌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즌 막판 주전에서 밀린데다가 부상까지 겹치면서 다이어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다이어의 이번 부상은 과거부터 있었던 것. 실제로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사타구니 통증을 안고 경기를 소화하다가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수술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이어의 부상으로 인해 토트넘은 다시 한 번 김민재 영입 실패를 후회하게 됐다. 무리뉴 감독은 베이징 궈안에서 뛰던 김민재의 영입을 토트넘 구단에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김민재의 몸값을 아까워 하면서 무리뉴 감독의 요청을 거부했다.
여기에 토트넘은 밀란 슈크리니아르를 비롯한 모든 수비수 영입을 비싸다고 거절했다. 결국 토트넘은 싸다는 이유로 조 로든을 영입했다. 김민재를 대신해서 토트넘이 영입한 수비수 든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임대를 다니고 있는 상태다.
반면 김민재는 페네르바체를 걸쳐서 지난해 여름 7월 나폴리에 합류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나폴리와 결별을 앞두고 있다. 그는 단 한 시즌만에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면서 세리에 A 최고 수비수라는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이적 시장의 핫 타깃으로 떠올랐다.
철기둥이라는 찬양을 받고 있는 김민재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의 공격적인 축구를 후방에서 제대로 지원하면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압도적인 수비력과 빠른 기동성, 공간 커버와 날카로운 패스를 앞세워 세리에 A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를 지배했다.
김민재의 탄탄한 수비 속에 나폴리는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했고 상대적으로 더욱 안정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를 지켜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PSG) 등이 그를 1순위 타깃으로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토트넘의 김민재 영입설이 돌자 기존 수비수에서 밀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다이어의 부상과 로든의 부진 등으로 인해서 토트넘은 다시 한 번 김민재를 놓친 것에 대해서 뼈저리게 후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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