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은 2022-2023시즌 세계 축구계의 최대 화두라 할 만하다. 골 사냥에 관한 한 세계 으뜸의 솜씨를 뽐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유럽 5대 빅리그 득점 천하를 평정했다. 30골 고지를 홀로 등정하며 자신의 세상이 열렸음을 널리 알렸다.
“잘 자랄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홀란을 보노라면 떠오르는 우리네 속담이다. 이미 4년 전, 홀란은 혜성처럼 나타나며 ‘홀란 시대’의 등장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2019 폴란드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득점왕(9골)에 오르며 세계 최고 골잡이가 태동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홀란의 득점왕 등극엔, 진기한 기록이 따라붙는다. 1977년 FIFA 월드 유스 챔피언십(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 튀니지)으로 발원한 이 대회 골든 부트 역사에서, 홀란만이 유일하게 밟은 ‘기록 마당’이다. 홀란의 무서울 만치 엄청난 골 폭발력이 피부에 와 닿는 진기록이다.
홀란은 노르웨이가 조국이다. 2019 FIFA U-20 월드컵에서, 노르웨이는 조별 라운드 탈락(1승 2패)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도 홀란은 당당히 골든 부트를 차지했다. 안드레아 피나몬티(이탈리아)를 비롯해 나란히 4골씩을 넣은 네 명의 2위보다 갑절 이상의 골(9)을 홀로 터뜨리며 아주 여유 있게 득점 최고봉을 밟았다.
이 9골마저 한 경기에서 모두 뽑아냈다. 그룹 C 온두라스전(12-0 승리)에서 한꺼번에 몰아친 골이었다. 그야말로 보기 드문 ‘트리플 해트트릭’이었다. 물론 그때까지 대회 42년 역사에서 아무도 열지 못한 신천지였다. 조별 라운드 탈락 팀에서 득점왕이 나온 적도 없었다.
앞으로도 한 경기 득점으로 골든 부트를 쟁취한 홀란의 기록은 다시 나오지 않을 듯싶다. 더구나 국가 간 다툼의 장인 FIFA 월드컵 무대에서, 한 경기 9골을 터뜨렸다는 사실 자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랍기만 하다.
9골 득점왕은 역대 3위에 해당할 정도다. 2001 아르헨티나 대회 때 하비에르 사비올라(아르헨티나·11골)와 1997 말레이시아 대회 때 아다이우통(브라질·10골) 등 둘만이 홀란보다 많은 골을 잡아냈을 뿐이다. 그러나 사비올라가 이끈 아르헨티나는 우승했고, 아다이우통이 주 득점원으로 활약한 브라질은 8강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홀란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살렌코, 메시도 이루지 못한 U-20과 월드컵 득점왕 유일하게 모두 등극
2023 아르헨티나 FIFA U-20 월드컵은 지난 20일(이하 현지 일자) 막이 올랐다. 아직 초반부이긴 해도, 지난 22일 한국이 그룹 F 첫판에서 난적 프랑스를 2-1로 격침하는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국 팬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아울러 열기도 뜨거워졌다. 홀란이 맹위를 떨친 지난 대회에서, 한국이 준우승의 이변을 연출한 바 있어 한결 기대를 모으는 무대기도 하다.
우리나라 성적과 함께 과연 이번 대회에선 누가 어떤 기록을 세우며 득점왕의 영예를 안을지도 눈길을 끈다. 축구 경기의 속성상, 어떤 무대이든지 아무래도 골든 부트가 누구의 품에 돌아갈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이 맥락에서, FIFA도 초반 득점왕 레이스를 소개하며 역대 골든 부트를 품은 수상자 가운데 의미 있는 득점왕들을 살펴봤다. 역대 최다골 득점왕 사비올라와 한 경기 최다골 득점왕 홀란을 필두로, FIFA의 눈길을 사로잡은 매력적 존재는 1989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때 올레그 살렌코였다. 살렌코는 U-20 대회와 월드컵 두 대회 모두 득점왕에 오른 유일한 존재다. 살렌코는 1989 U-20(5골·소련·이하 당시)과 1994 미국 월드컵(6골·러시아)에서 골든 부트를 휩쓸었다.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와 다보르 슈케르(55)는 살렌코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골잡이들이었다. 메시는 2005 네덜란드 U-20에선 골든 부트(6골)를 안았으나, 월드컵 무대에선 2022 카타르 대회 때 실버 부트(7골)가 최고 성적이었다. 반대로 슈케르는 1987 U-20에선 유고슬라비아 소속으로 아쉽게 한 골 차이로 실버 부트(6골)에 그쳤지만,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선 크로아티아 대표로 골든 부트(6골)를 품었다.
한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각각 4명씩으로 최다 득점왕 배출국의 영예를 안았다. 아르헨티나는 라몬 디아스(1979·일본)-사비올라-메시-세르히오 아구에로(2007·캐나다)를, 브라질은 원년 아기나우두 호베르투 갈론(4골)을 비롯해 헤오바니 시우바(6골·1983 멕시코)-아다이우통-엔리케(5골·2011 콜롬비아)를 각기 득점왕 반열에 올려놓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